"한국인으로 받아준 게 고맙다. 자라면서 반이 한국인이란 게 창피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한국인이란 게 자랑스럽다."
한국계 미국프로풋볼(NFL) 스타 하인스 워드(30·피츠버그 스틸러스)가 4일 오전 10시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에메랄드룸에서 입국 기자회견을 갖고 29년만에 한국에 돌아온 소감을 이처럼 말했다.
밝은 회색 정장을 입고 한국 대리인 임상혁 변호사와 미국측 관계자 김해원 씨와 함께 회견장에 나온 워드는 약간 부자연스러운 발음으로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 첫 인사를 건넸다.
워드는 "내가 서울 출신이라는 걸 알겠지만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와 긴장되고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을 많이 하고 싶다"며 "어머니가 자란 곳을 둘러보고 한국의 모든 것을 체험하고 싶다. 한국 음식도 많이 먹고 싶다"고 덧붙였다.
워드는 또 "이번 기회에 한국 전통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길 기대한다"며 "나는 혼혈이기 때문에 나의 절반은 전통이 여기에 있다"며 '어머니에 대한 약속(Promise to Mother)'으로 이름 붙여진 이번 여행에 의미를 부여했다.
워드는 어머니 김영희 씨를 위해 한국에 집을 마련할 것이며 매니지먼트사와 논의해 펄벅재단과 같은 혼혈아 지원 재단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워드는 30여분간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노무현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하기 위해 청와대로 발길을 돌렸다.
노 대통령은 오찬 자리에서 워드 선수와 어머니의 한국 방문을 통해 모국에 대한 더 많은 이해와 관심을 갖고 미국에서의 선수활동도 지속적으로 잘해나가기를 당부했다고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과 워드 선수는 또한 한국의 전통문화를 비롯해 국제무대에서 뛰고 있는 한국 스포츠 선수들의 활약상, 워드 선수의 미식축구 성공담 등에 대해 담소를 나눴다.
노 대통령은 오찬에 앞서 워드 선수로부터 미식축구 사인볼과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선물로 받았으며, 워드 선수와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김 대변인은 "이번 초청은 스포츠 영웅이 되기까지 하인스 워드 선수가 기울인 열정과 노력을 격려하고 아들을 훌륭히 키워낸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는 노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워드 선수와 워드 선수의 어머니 김영희 씨,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 김용익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한편 3일 오후 한국에 도착한 워드 모자는 숙소인 롯데호텔의 한정식집 '무궁화'에서 갈비로 저녁식사를 했다.
호텔측은 워드 일행이 취재진을 피해 다른 VIP들처럼 룸서비스를 통해 저녁 식사를 할 것으로 예측했었으나 '예고없이' 무궁화를 찾아와 적잖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호텔 관계자는 "워드의 식단에는 롯데호텔에서 만들 수 있는 모든 요리가 올라가 있을 정도로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기 때문에 워드가 맛보지 못할 요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측은 워드가 입국 전 미국에서 갈비를 먹고 싶다고 말함에 따라 워드를 위해 횡성 한우로 만든 특제 갈비와 한식 조리장이 직접 담근 김치를 준비해 놓았다.
워드 모자는 저녁 식사 후 서울 시내가 환하게 내려다 보이는 스위트룸에서 서울 전경을 감상하고 한국 땅에서의 첫날밤을 즐긴 것으로 전해졌다.
호텔측은 워드 가족을 위해 90평 규모의 스위트룸의 샹들리에와 객실 전등 등을 교체하고 욕실 턱에 보조 대리석 계단을 설치하는 한편 개인 소모품에 워드와 김영희 씨의 이름을 새겨 넣는 등 정성을 쏟았다.
워드 일행은 이날 오전에는 룸서비스를 통해 서양식으로 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했다.
한편 김영희씨가 입국장에서 "아들과 함께 짬뽕을 먹고 싶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호텔측은 "아직 워드측으로부터 짬뽕을 준비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워드는 5일 서울시를 방문해 명예시민증을 받고 6일에는 자신이 태어났던 이화여대 동대문병원을 찾는다.
워드는 8일 펄벅재단의 '혼혈 아동과의 만남행사'에 참석한 뒤 프로야구 잠실구장 개막전 시구자로 나선다.
워드는 8일 밤부터 10일까지 어머니 김영희 씨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뒤 9박10일 일정을 마치고 12일 출국한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