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프로풋볼(NFL) 스타 하인스 워드(30·피츠버그 스틸러스)는 4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의 기자회견에서 "긴장했다"고 말하면서도 회견 내내 특유의 '살인미소'를 유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에 온 소감은…?
"안녕하세요(한국어로). 한국에 오게 돼 기쁘다. 태어난 곳에 다시 돌아오게 되어 긴장되고 기쁘다. 이번 기회에 한국 전통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는 혼혈이기 때문에 나의 절반은 전통이 여기에 있다."
-한국을 방문하게 된 경위와 긴장되는 이유는…?
"슈퍼볼 MVP의 영예를 안았을 때 미국에 사는 많은 한국 교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어려서부터 어머니께서는 한국에 대해 많은 말씀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늘 관심이 많았다. 이번 한국 방문은 시즌 전부터 어머니와 약속한 것이다. 그리고 긴장되는 이유는 이번에 한국에서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은…?
"가장 기뻤던 것은 슈퍼볼에서 우승했던 것이다. 내 꿈을 이뤘다. MVP 선정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슈퍼볼이 끝나고 한국 교민들 뿐 아니라 고교동창들까지 자기 일처럼 기뻐해줬다. 아들이 태어났을 때, 그리고 이번에 한국에 온 것도 매우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다. 힘들었던 순간은 어렸을 적 주변에서 혼혈인이라며 놀리는 것을 극복해야 했던 것이다. 어머니가 나보다 더 고생했다. 누구 도움 없이 열심히 일하면서 나를 키웠다. 어머니를 사랑한다. 늘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도록 열심히 하겠다."
-한국 혼혈인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여기 있는 동안 펄벅재단을 방문해 혼혈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격려하려 한다. 그들도 살면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많은 어려움을 당할 것이다. 하지만 성경에 따르면 인종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자녀들이다. 내가 세상을 바꾸러 온 게 아니지만 나로 인해 그들이 용기를 얻게 되길 바란다. 나를 한국인으로 받아준 데 대해 감사한다. 자라면서는 반이 한국인이란 게 창피했다. 예전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한국인이란 게 자랑스럽다. 양국의 전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축복이자 큰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하룻밤을 보낸 소감은…?
"훌륭한 객실에서 서울 야경을 보며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뉴욕을 연상시킬 만큼 훌륭하단 생각이 들어 흥분했다. 어머니가 자란 곳을 둘러보고 관광을 많이 하고 싶다. 한국의 모든 것을 체험하고 싶다. 한국음식도 많이 먹고 싶다. 갈비, 김치는 정말 최고다. 어제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침에 처음 일어났을 때 기분이 아주 좋았다."
-기독교인으로 알고 있다. 풋볼을 하면서 신앙심은 더 깊어졌나?
"어머니가 교회에 열심히 다니셨다. 어머니는 아는 이도 없고 영어도 못해 하느님께만 기댔다. 어머니와 함께 교회에 다니면서 모든 영광을 하느님께 돌리게 됐다. 모두가 하느님의 자녀이기 때문에 피부와 인종을 떠나 서로 사랑하는 게 이상이다. 어머니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모두 하느님과 함께 했다. 한국에 온 데도 하느님의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혼혈문제와 관련해 재단 지원 계획이 있나? 선수 생활을 끝내고 한국에서 살 계획이 있는가?
"펄벅재단과 연계해 비슷한 재단을 세울 지 매니지먼트팀과 논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추진이 되면 알게 될 것이다. 어머니가 한국에 집을 사달라고 하고 있다. 어머니는 시간을 한국에서 보내고 싶어 한다. 돌아와서 살 집을 마련해 달라고 하고 있다. 나도 이번이 마지막 방문이 아니다. 환대를 받아 정신이 없지만 올해 안에 다시 올 계획이다. 한국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10일 동안 다 배우지는 못하겠지만 전통을 많이 배울 것이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많은 부모들이 자식이 외국인과 결혼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는데…?
"모든 부모의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그건 내가 이야기 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 단지 나는 인종이 다르다는 것이 결혼 생활에 큰 장애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우리 어머니도 나한테 한국 여성과 결혼하라고 말해왔다. 결국 그렇게 되지 못했지만 현재 아내와 어머니도 매우 잘 지내고 있다. 아직도 자녀는 국제결혼 안 된다고 말하는 부모들이 있겠지만 세계에는 너무나 많은 인종이 있다. 모두가 다 하느님의 자녀다. 2006년이고 21세기다. 다른 문화에 대해 폐쇄적인 입장으로 일관할 게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했으면 좋겠다. 사랑으로 해결할 수 있다."
-스포츠 꿈나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의사, 변호사, 선수 등 어떤 일을 하든 간에 열심히 노력하면 많은 것을 극복할 수 있다. 나는 풋볼을 시작하면서도 '여건이 안 된다. 신체적으로 안 된다'는 등 얘기를 들었지만 어머니는 늘 열심히 하면 된다고 했다. 열심히 했기 때문에 챔피언이 되고 슈퍼볼 MVP도 됐다. 모든 아이들에게는 격려가 필요하다. 역경은 역경일 뿐 꿈은 언제라도 이룰 수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본인이 생각하는 슈퍼볼 MVP의 의미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이 4강 탈락한 데 대해 개인적으로 꼽는 이유는….
"MVP의 의미는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이 자리를 찾아줬고 나를 따뜻하고 열렬하게 환대해 주고 있는 것이 바로 설명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시즌 전부터 한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었다. 한국에 온 것이 환대를 기대해 온 게 아니라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찾기 위해 왔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 2세를 보면서 '내가 너희들보다 더 한국인'이라고 놀렸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느냐. 나는 다저스 시절부터 박찬호의 팬이었다. 한국인이 메이저리거가 된 것에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지난번 WBC에서 한국도 야구를 잘 한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에 직접 가서 봤다. 똑같은 팀(일본)과 다시 경기를 해서 패했지만 한국이 굉장히 선전했다. 세계에 한국야구가 발전했다는 걸 보여주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어제 이모를 만나 저녁식사를 했는데….
"이모와 사촌들을 만나 정말 기분이 좋았다. 난 아버지 쪽과 가깝지 않다. 왕래가 많지 않다. 외가 쪽이랑은 만나본 적조차 없었다. 외할머니는 3,4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뵙지도 못했다. 이모랑 사촌을 봤는데 서른이 다 돼서야 친척을 만났다.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척이라도 피를 나눈 사이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감정이 생긴 것 같다. 이모와 사촌, 그들의 아들까지 만나면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 과거를 인정해야 한다. 어머니는 한국에 많이 왔지만 나는 첫 방문이다. 어제 친척들과 TV도 보고 맥주도 마시면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데 큰 의미가 있었다. 내가 한국에 온 이유도 거기에 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