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요리가 만나는 ‘ART & COOK-상상레시피’전이 5월 28일까지 서울 광화문갤러리에서 열린다. 위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신명환의 ‘뻥品shop’, 어린이워크 숍 중 ‘밀가루 퍼포먼스’, 배윤주의 ’플랜테이션-당신이 행복해질 때까지‘. 박영대 기자·사진 제공 세종문화회관
3일 오후 4시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1, 8번 출구에 위치한 광화문갤러리. 제2전시실 바깥으로 아이들의 경쾌한 웃음소리가 새 나왔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 밀가루를 뒤집어쓴 12명의 어린이가 바닥에 눈처럼 수북이 쌓인 밀가루를 갖고 놀고 있었다.
“하하, 너 할아버지 같아.” “엉엉, 선생님, 얘가 밀가루를 눈에 뿌렸어요.”
시끌벅적한 소리에 묻혀 선생님의 말소리는 잘 들리지도 않았지만 아이들은 마냥 신나는 표정이었다.
“내 맘대로 놀 수 있어서 너무너무 좋아요.”(최하은·서울 인왕초교 1학년)
이 자리는 세종문화회관이 기획한 어린이 미술체험 전시 ‘ART&COOK-상상레시피’의 워크숍 현장. 어린이들은 퍼즐같이 과자를 조각조각 이어 붙인 ‘콜라주 쿠키’, 식빵을 파내고 그 속에 다양한 재료를 넣어 또 다른 색과 질감을 표현하는 ‘테이크 아웃 아이디어’ 순서에 이어 신체적 리듬놀이인 ‘밀가루 퍼포먼스’까지 3단계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복도 건너편 1전시실은 현대미술과 요리가 만나는 공간이다. 음식 재료를 테마로 한 설치, 미디어 아트, 입체작품 등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 주는 2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코끝에 감도는 커피향. 설탕과 커피가루를 이용해 만든 배윤주의 설치작품 ‘플랜테이션-당신이 행복해질 때까지’는 커피에 감춰진 흑인들의 노동을 부각시켰다.
각설탕을 레고 조각처럼 활용한 ‘아주 달콤한 상상’(이은구), 초콜릿으로 만든 ‘달콤한 색약검사’(백오연), 의인화된 야채와 식기류를 사람보다 크게 확대시켜 그린 ‘맛있네∼옆’(프로젝트 그룹 옆) 등은 아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뻥튀기로 만든 명품 브랜드의 이미지와 로고를 대롱대롱 천장에 매단 신명환의 ‘뻥品shop’은 어른들에게 흥미로운 작품.
유료 전시(5000원)에다, 평일 오후라는 시간대 탓인지 이날은 한산했다.
지난달 30일 무료 프리뷰 행사에선 아이들과 주부들이 몰려들어 제대로 감상하기조차 힘들었으며 특히 체험코너들이 인기였다. 박혜수의 ‘당신의 향기를 물어보세요’는 관객들의 심리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즉석에서 향기를 만들고 이를 진열하는 공간으로 이뤄졌다. 조제 코너에는 ‘얼음 공주의 외로움’ ‘20대의 명석함’ ‘만년 2등의 경쟁심’ ‘외강내유’ 등 성격을 암시하는 제목이 붙은 10여 개의 향이 마련돼 관객들은 자신의 향이 조합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쌍방향 미디어 아트 작품인 ‘그린바이러스 프로젝트’(강희라)는 인간이 만들어 낸 쓰레기가 결국 어떻게 자신에게 돌아오는지를 보여 준다. 아이들이 휴지통에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정면 모니터 안의 치즈는 조금씩 부패한 모습으로 바뀐다.
프리뷰 행사에 초등생인 두 아들을 데려 온 주부 고숙희(44·경기 고양시) 씨는 “생각주머니가 넓어질 수 있도록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많이 보고 느끼고 읽을 수 있는 전시장에 자주 데려오는데 이번 전시는 음식을 소재로 해서 아이들이 즐거워했다”고 말했다.
주 대상은 어린이라지만 부모들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시각 촉각 후각 등을 활용한 문화 체험이란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워크숍 참가 시에는 여벌의 옷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 전시는 5월 28일까지. 워크숍 참가비 1만2000원. 02-399-1154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