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에 참가하고 돌아온 뒤 인천공항에서 해산하기에 앞서 일렬로 서 있는 한국쇼트트랙대표팀 남녀 선수들. 세계선수권대회 남자부 개인 종합 4연패를 달성한 안현수(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보인다. 인천=연합뉴스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2006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에서 남녀 개인종합 1위를 휩쓸고 돌아온 남녀 쇼트트랙국가대표 선수단 귀국 환영식은 ‘고의적인 선수 죽이기’ 주장이 불거지며 빛바랜 행사가 되고 말았다.
개인종합 4연패를 차지한 안현수(21·한국체대)의 아버지 안모 씨는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선수단 환영식이 벌어지고 있던 중 “선수들과 코치가 짜고 안현수가 1등 하는 것을 막았다”며 “스포츠맨십도 없다. 더는 참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씨는 “현수가 미국 현지에서 울면서 전화했다. 외국 선수들보다 한국 선수들이 더 심하게 현수를 견제했다”며 “1000m와 3000m에서 코치의 지시로 다른 파벌 선수들이 안현수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송재근 코치는 “다른 선수들이 안현수를 막았다고 하는데 안현수 아버지가 언급한 선수들은 등수에 들고 싶어 하는 선수들”이라며 “어떻게 코치로서 선수들에게 안현수를 방해하라고 할 수 있느냐”고 덧붙였다.
쇼트트랙 대표선수 가족과 빙상연맹 관계자들이 공항에서 실랑이를 하고 있다. YTN TV 촬영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대표팀은 송 코치의 지도 아래 송석우 오세종 변천사 진선유 이호석 서호진 등 6명이, 박세우 코치를 따라서 안현수 전다혜 강윤미 최은경 등 4명이 각각 나뉘어 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빙상연맹의 한 관계자는 “훈련을 따로 하고 심지어는 방까지 같은 층에서 쓸 수 없다고 주장하는 통에 갑작스레 방을 바꾸는 일도 벌어졌다”며 “돌아오는 비행기 좌석도 바꿔 달라고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빙상계 내부의 오래된 파벌 문제를 대회 이전에 정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 참가했던 쇼트트랙 남자대표 송석우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최선을 다했지만 후회는 없다. 다만 우리나라 선수를 민 것은 정말 잘못한 일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지우면서 미묘한 파장이 일기도 했다. 이 글에서 우리나라 선수를 민 것이 외국 선수를 지칭하는지 국내 선수를 지칭하는지 분명하지 않은 채 누리꾼 사이에 논란이 되자 송석우는 해당 글을 삭제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