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유명 작가의 고향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그분의 생가가 어디이고 작품 속 배경은 어디인지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우리 마음속 정든 작가의 고향은 유적지나 유물만큼 값지다.
얼마 전 소설가 김유정의 고향(강원 춘천시 신동면)에 있는 ‘신남역’이 ‘김유정역’으로 역명을 바꾼 것은 적지 않은 점을 시사한다. 사춘기 때 마음을 설레게 했던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 마을이 경기 양평군에 조성된다고 한다. 청소년들에게 좋은 체험학습의 장이 될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서울 종로구 부암동과 용산구 원효로에 있던 작가 현진건과 시인 박목월의 생가가 헐린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는 매년 6월 ‘율리시스’를 쓴 제임스 조이스의 생가에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어 고인을 추모하는 축제가 열린다. 우리와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지역과 연고가 있는 문인들을 찾는 데 열심이다. 그들의 생가나 관련 유적지를 개발해 고장의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또 유품이나 유물을 모아 ‘문학관’이나 ‘기념관’으로 꾸미는 곳도 있다.
그러나 문학 유적지를 개발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지나친 상업주의에 휩쓸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사실을 과장하거나 억지로 꾸며서도 안 된다. 출생지를 놓고 지자체 간 법정 공방을 벌이는가 하면,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는 사례도 있다. 이는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현역 작가에 대해서는 지자체장들이 직접 나서 집필실을 마련해 주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어느 지역 하면 어떤 문인을 떠올리게 만들어 지역 홍보에 이용하려는 것이다. 문인에 대한 지원도 좋지만 이 역시 지나치면 보기에 좋지 않다.
한 작가나 시인이 살아 온 삶의 자취는 소중한 사회적 문화유산이다. 원형 그대로 보존해 후세에게 물려줄 책임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 유적지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여 개발해야 한다. 그래야 역사적 정통성을 가지고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전홍섭 서울 잠실여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