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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정세진]교수법 배우는 교수들

입력 | 2006-04-06 03:00:00


“서울대 공대 교수들은 정년을 보장받으려면 반드시 교수법 강의를 들어야 합니다.”

서울대 공대가 정년 임용 심사를 앞둔 공대 교수를 대상으로 교수법 강의를 반드시 이수토록 하겠다고 5일 발표했다.

내년 4월 정년 임용 심사를 앞둔 공대 교수는 올해 2학기에 박사급 교육 전문가와의 면담, 교수법 워크숍 참여, 수업평가 과목 수강을 해야 한다.

20시간에 이르는 면담 및 교육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교육필증을 얻어야만 정년 임용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서울대는 이 시스템을 다른 단과대에도 확대할 계획이다.

정년 심사의 필수조건으로 교수법 강의 이수를 넣은 서울대 공대의 결정은 국내 대학 중 처음이다.

교수의 경쟁력이 대학사회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한번 교수로 임용되면 별다른 노력 없이 평생 안주하던 시스템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한동안 교수사회에서는 연구성과 평가가 많은 관심을 끌었다. 발표하는 논문의 질과 양이 승진 심사의 주요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교수들은 경쟁적으로 발표 논문을 늘렸다. 과학논문인용색인(SCI)에 드는 질 높은 논문도 꾸준히 증가했다. 강의를 빼먹어도 기업이나 정부의 연구프로젝트를 따내면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학생 교육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학기마다 실시하는 학생의 강의평가는 승진 심사의 주요 요소가 되지 못했다. 일부 교수는 강의평가에 여전히 부정적이다.

서울대 공대 김도연(金道然) 학장은 “가르치는 사람 중에서 유일하게 가르치는 방법을 배우지 않는 사람이 교수”라며 “대학의 수요자인 학생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교수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고 말했다.

대학의 임무는 교육, 연구 그리고 사회봉사다.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1차 소비자인 학생을 교육하는 데 충실해야 한다.

서울대 공대의 이번 결정이 대학의 역할과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세진 사회부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