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모든 부처 공무원들을 상대로 국정홍보처 ‘국정브리핑’에 언론보도를 비판하는 댓글 달기 경쟁을 시키고 있다. 국정홍보처는 청와대 지시사항이라며 하루 두 차례 댓글 실적을 점검해 부처 평가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1월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의 언론보도 분석에 해당 부처 의견을 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독려했음에도 활성화되지 않자 채점을 하겠다는 얘기다.
일부 부처는 글 잘 쓰는 직원을 골라 댓글 달기 전담요원으로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청와대가 주최하고 국정홍보처가 시행하는 공무원 작문경시대회라도 벌어질 모양이다.
보도가 잘못됐으면 해명 자료를 돌리고 국민에게 알리는 것은 좋다. 그러나 언론의 건전한 문제 제기를 왜곡해 장관이나 부처의 잘못을 감추고 변명하는 공간으로 댓글이 이용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군대 내 동성애에 관한 윤광웅 국방부 장관의 국회 발언 보도에 대해 인권팀 K 중령이 단 댓글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
윤 장관은 그제 국회 국방위에서 ‘인권위의 권고에 따라 동성애자 처벌 규칙의 개정 또는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고 신문들은 이를 보도했다. 그러자 K 중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관련 군형법이나 군인사법 시행규칙의 폐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댓글을 올렸다. 윤 장관의 발언으로 빚어진 혼선에 대해 사과하고 정정하면 될 일인데 왜 언론은 물고 들어가는가.
언론은 정확한 보도를 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정부 관련 보도에 어쩌다 오보가 나오는 것은 언론을 적대시하고 브리핑도 제대로 하지 않는 현 정권의 행태에 큰 원인이 있다. 그렇다면 바로 이런 근원부터 치료해야 한다. ‘트집 잡기’와 ‘둘러대기’ 댓글 달기를 청와대가 앞장서서 장려하니 ‘한심한 정부’라는 소리를 더 듣게 되는 것이다. 언론의 수준을 높이겠다고 큰소리칠 것이 아니라 청와대의 수준부터 높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