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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X파일]쇠부엉이 먹잇감 밝히려 토사물까지 뒤적

입력 | 2006-04-07 02:59:00

쇠부엉이가 뭘 먹는지 연구하기 위해 토사물을 직접 수거하러 다니는 이화여대 이상돈 교수.


지난겨울 대구 부근의 달성습지. 나무 사이에 숨어서 천연기념물 ‘쇠부엉이(Asio flammeus)’를 기다리고 있다. 벌써 2시간째다.

드디어 녀석이 날아왔다. 잡아온 쥐를 먹고 나서 어슬렁거리다 다시 어디론가 날아간다. 바로 이때다. 우리 연구팀은 쇠부엉이가 머물다간 자리를 샅샅이 뒤져 ‘토사물’을 찾아낸다.

쇠부엉이가 끝내 나타나지 않으면 둥지라도 찾아 나선다. 둥지 주변에도 보통 토사물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쇠부엉이를 포함한 부엉이류는 소화되다 만 음식물을 입으로 토해 내는 특이한 습성이 있다. 토사물에는 부엉이가 소화하지 못한 먹잇감의 뼈나 털 등이 남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토사물은 부엉이의 먹이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역한 냄새를 참으며 토사물을 뒤져 뼛조각을 찾아낸 다음 손으로 일일이 모양을 맞췄다. 이게 어떤 동물의 뼈인지 기존 자료와 비교해 보려고 박물관으로 가져갔다.

“여기서는 동물 뼈는 보관하지 않아요. 박제만 합니다.” 돌아온 대답이었다. 애써 찾아낸 뼈로 어떤 동물인지 알아낼 수 없는 게 정말 답답했다.

고민 끝에 뼛조각에서 DNA를 추출해 첨단 종 분석 프로그램으로 분석해 봤다. 그 결과 땃쥐, 멧밭쥐, 생쥐뿐 아니라 메추라기, 멧비둘기, 붉은머리오목눈이 같은 조류와 고리도롱뇽 같은 양서류까지 나왔다. 이들이 모두 쇠부엉이의 먹잇감인 것.

얼마 전까지만 해도 쇠부엉이의 먹이로는 들쥐의 일종인 등줄쥐만이 알려져 있었다.

최근 생태학에 첨단 분자생물학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더 정확한 연구 결과를 제시할 수 있게 됐다. 과거 수작업으로만 동물의 먹이를 알아내는 성공률은 60∼70%에 불과했다. 분자생물학 기법을 사용하면 99%로 높아진다.

지저분한 토사물도 생태학자에게는 먹이를 분석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다. 야생동물의 배설물을 소중히 간직합시다!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학과 교수 lsd@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