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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산책]배꼽잡는 추리 만화영화… ‘빨간모자의 진실’

입력 | 2006-04-07 07:25:00

강혜정 김수미 임하룡 등이 우리말 더빙에 참여한 빨간모자의 진실. 사진 제공 디어유


시작은 요리책 도난이라는 단순한 사건에 불과했다. 사건 현장에 있던 4명의 용의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범인으로 추궁 받는다. 커다랗고 순진한 눈망울의 착해 보이는 빨간 모자의 소녀, 누가 봐도 음흉해 보이는 엉큼한 늑대, 언제나 다정하고 따뜻한 할머니, 도끼 들고 설치는 무식한 도끼 맨, 이들은 각자 서로의 결백을 주장한다. 느닷없이 용의자로 지목된 이들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지만 알리바이가 완벽하다.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고 숲의 평화를 발칵 뒤집어 놓을 만한 진실이 드러나려 하는데….

‘빨간 모자의 진실’은 추리 형식의 독특한 만화영화다. 강혜정(빨간 모자의 소녀), 김수미(할머니), 임하룡(과학수사반장), 노홍철(초강력 수사쟁이) 등이 우리말 더빙에 참여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영화의 원작 동화인 ‘빨간 모자’는 빨간 모자 소녀가 할머니를 만나러 가다 늑대에게 잡아먹히지만 지나가던 사냥꾼의 도움을 받아 다시 살아난다는 것. 하지만 영화는 등장인물들과 빨간 모자가 할머니를 찾아간다는 내용만 똑같을 뿐 줄거리를 새로 짰다.

동화이지만 등장인물들은 전혀 동화적이지 않다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 주인공들은 겉보기와는 다른 이중인격자들이다. 순진한 빨간 모자 소녀는 당돌한 불량소녀였고, 인자한 할머니는 엽기 스포츠를 즐기는 미스터리 사생활의 주인공이고, 특종전문이라는 늑대기자는 늘 너무 빠르거나 한발 늦고, 덩치만 큰 도끼 맨은 사실은 개미 한 마리 못 죽이는 소심 맨이다. 거기에 줄거리가 주는 반전의 재미, 예상을 뛰어넘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웃음을 선사한다. ‘미션 임파서블2’ ‘트리플 엑스’ ‘미녀 삼총사2’ ‘매트릭스’ 등을 패러디한 할머니의 액션 장면은 배꼽을 잡는다. 가족영화로 손색이 없다. 6일 개봉. 전체 관람가.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