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핀 트레이너 전공과의 한 여학생이 돌고래와 뺨을 맞대며 ‘친해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 학교 전속 돌고래 2마리를 상대로 조련의 기초를 실습한 뒤 일본 전역의 테마파크에서 인턴 경험을 쌓는다. 사진 제공 OCA
《“돌고래의 하루는 어떻게 시작될까요.”(강사) “음…. 아침에 일어나면 우선 생선을 먹을 테고, 그러다 심심해지면 헤엄치며 놀지 않을까요.”(학생) “그럼 돌고래가 좋아하는 생선은?” “고등어랑 전갱이요.” 최근에 들른 일본 오사카(大阪) 커뮤니케이션아트 전문학교(OCA)의 강의실. 해양 커뮤니케이션 부문의 돌핀트레이너 전공과가 고교생들을 상대로 개설한 체험수업은 ‘돌고래 문외한’인 기자에게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내년 대학 진학을 앞두고 체험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은 무라세 미호(村瀨美穗·여) 주임강사가 돌고래의 생체 특성과 버릇, 조련사가 하는 일에 관해 설명하자 흥미로운 표정으로 경청했다.》
“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누벼야 할 돌고래가 수족관에 끌려와 구경거리가 됐으니 얼마나 불운합니까. 이런 돌고래를 배려하고 친구로 대해 주는 게 조련사의 역할입니다.”
그는 “돌고래가 기분이 나쁘면 신경질적으로 변하기도 하지만 선의로 대하는 사람은 절대 공격하지 않는다”며 “조련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 ‘해양 올라운드 플레이어’ 양성
이 학교의 해양 부문에 설치된 학과는 △돌핀 트레이너 △수족관 관리 △아쿠아리스트(해양생물 사육 및 전시) △해양 바이오(해양생물 증식 및 유통 가공) 등 모두 4개과. 해양바이오 전공(3년제)을 제외한 3개 과가 2년제.
교육 과정은 해양활동과 해양생물에 관한 모든 것을 실습을 통해 익히도록 한다는 구상에 따라 꾸며졌다. 돌핀 트레이너를 전공하는 학생의 경우 돌고래를 다루는 테크닉은 기본이고 잠수, 다이빙, 선박 조종 등 바다에서 이뤄지는 다른 활동도 배운다.
입학 첫해의 커리큘럼엔 전공을 불문하고 수영, 돌고래 조련, 다이빙, 구급처리 실습이 비슷한 비중으로 배정돼 있다. 수영 실습이라고 해서 만만하게 여겼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 수심 5m 이상 깊이에서 장시간 잠수하는 훈련이라는 점에서 잠수 실습이 정확한 표현이다.
이론 과목으로는 선박조종 면허와 잠수사 면허를 따기 위한 강좌를 이수해야 한다.
요시다 신(吉田信) 홍보과장은 “2년 과정을 충실히 마친 학생은 졸업할 때 선박조종, 잠수사, 다이빙, 구조 등 4종류의 국가자격증을 보유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잠수와 다이빙을 가르치는 것은 돌고래를 다루는 데 서툴거나 조련사 일에 흥미를 잃은 학생들이 졸업 후 해양 관련 분야에서 전공을 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라고 학교 측은 밝혔다.
요시다 과장은 “일본 전국의 해양 테마파크와 수족관은 100곳이 넘는다”며 “최근 들어 해양생물을 활용한 엔터테인먼트가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에 취업 여건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 현장과의 연계학습으로 기술 습득
1학년 때 잠수 및 다이빙 요령과 수족관 관리법을 배우고 나면 2학년 때는 수업 대부분이 현장 실습으로 채워진다.
자주 찾는 현장은 학교에서 승용차로 4시간쯤 걸리는 와카야마(和歌山) 현의 테마파크. 이 학교 소유인 돌고래 2마리가 학생들의 실습 상대로 나선다.
하지만 처음부터 돌고래를 조련할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는다. 수족관 청소 등 허드렛일은 물론 돌고래를 귀찮게 하지 않으면서 재빨리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요령을 익혀야 한다.
실제로 쇼를 할 때는 시작 직전 3분 안에 체온, 구강상태 등 10여 개의 항목을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다.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면서 친해지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도 조련에 앞서 거쳐야 할 중요한 과정이다.
이 학교는 일본 전역의 유명 해양 테마파크와 탄탄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북쪽의 홋카이도(北海道)에서 남쪽으로는 오키나와(沖繩)까지 70여 곳의 테마파크 및 수족관과 제휴하고 졸업반 학생들을 인턴으로 파견한다. 학생들이 2, 3명씩 조를 짜 현지에 가면 현역 돌고래 조련사가 직접 가르친다. 인턴 활동 중 조련사와 호흡이 맞아 즉석에서 취업이 결정된 사례도 여러 건 있다고 한다.
○ 입학생 80%가 여학생
돌핀 트레이너 전공과의 입학 정원은 80명으로 이 중 80% 이상이 여학생이다. 남성보다는 섬세한 편인 여성이 돌고래와의 의사소통을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학교 측은 풀이했다.
2학년인 야마타 유리에(山田裕里繪·20·여) 씨는 “어려서부터 돌고래가 귀엽고 친근하게 느껴져 조련사가 되기로 결심했다”며 “동물을 좋아한다면 도전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오사카=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무라세 주임강사“조련 테크닉보다 마음이 중요”
“돌고래 조련사라는 직업이 굉장히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동물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점에선 다른 동물 조련사와 마찬가지입니다. 평소에 장난을 자주 치면서 친구처럼 편안한 관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지요.”
돌핀 트레이너 전공과의 무라세 미호(38·사진) 주임강사는 “수족관 돌고래는 야생 돌고래에 비해 운동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 매일 운동을 시켜 주고 적당한 정신적 자극도 줘야 한다”며 “한마디로 조련사는 돌고래의 건강을 책임지는 자리”라고 말했다.
무라세 강사의 전직은 침팬지 조련사. 3년간 침팬지를 조련한 경험을 살려 해양 테마파크에서 돌고래와 인연을 맺었다가 7년 전 이 학교의 주임강사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도 강의가 없는 날은 오사카 교외의 테마파크에서 돌고래를 조련한다.
그는 “졸업생 중 돌고래 조련사가 되는 비율이 10% 정도에 불과한 것은 실습 단계에서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치기 때문”이라며 “가식이 아니라 진심으로 돌고래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하기 힘든 직업”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련사가 되지 못하더라도 재학 중 잠수, 다이빙, 해양동물 사육, 응급구조 등 해양에서 이뤄지는 활동을 폭넓게 배우는 만큼 바다에서 평생직업을 찾으려는 학생에게는 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돌핀 트레이너 전공과엔 대만 출신 유학생은 있었지만 한국에선 등록한 사람이 아직 한 명도 없다.
무라세 강사는 “한국에서도 테마파크의 이벤트와 해양 모험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여서 전문 인력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관심이 있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돌고래 사랑엔 국경이 없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입학하려면…
8년 전 이 학과가 개설된 뒤 졸업한 학생은 700여 명. 돌고래 조련사로 활동 중인 사람은 약 80명이며 나머지는 해양연구기관의 조사원, 다이빙 교관, 해양 엔터테인먼트 기획, 수족관 용품 판매 등의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신입생 원서접수와 전형은 매년 10월 초에 이뤄진다. 필기시험은 치르지 않으며, 지망동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제출하면 그 내용과 면접을 통해 선발한다. 학비는 입학금과 수업료를 합해 연간 123만 엔. 학교가 운영하는 기숙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