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애플비
◇ 콧구멍을 후비면/사이토 다카코 글 그림·안미연 옮김/46쪽·7500원·애플비(3∼5세)
콧구멍 후비기, 손가락 빨기, 배꼽 쑤시기, 이 안 닦기, 고추 만지기….
서너 살 아이들이 흔히 보이는 행동이자 행여 습관으로 굳어질까봐 걱정된 엄마들이 끊임없이 잔소리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콧구멍 좀 그만 후벼!” “그 손가락 입에서 빼지 못해!” “이 안 닦으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이렇게 아이를 야단치는 대신 이 책을 보여줘 보자.
이 책은 아이를 ‘즐겁게’ 윽박지른다.
가령 코 후비기. ‘콧구멍을 쑥쑥 후비면…’이라는 글 옆에 아이가 코를 후비는 그림이 나온다. 한 장을 넘기면 엄청나게 커져 버린 한쪽 콧구멍과 놀란 아이의 표정. “…콧구멍이 주먹만 하게 커져 버릴지도 몰라!”
이 책은 이런 식으로 온갖 나쁜 습관의 ‘결과물’을 보여 준다. 아이가 자꾸 잡아당긴 귀는 코끼리 귀처럼 쭉 늘어지고, 닦지 않은 이는 다 빠져 버리고, 입에 넣고 쪽쪽 빨던 손가락은 가래떡처럼 늘어나 버린다.
입체감과 양감이 느껴지도록 클레이 기법으로 만들어진 그림들은 이런 무시무시한(?) 결과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이 책은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나무라기만 하지 않으며 잘못된 행동들도 따뜻하게 감싸 준다. 아이의 편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를 한쪽 귀퉁이에 붙였다. “콧구멍을 후비면 코딱지가 쏙 나오는 게 재미있기는 해, 그치?” “손가락을 빨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거, 이해해” 하는 식이다. 유아용 그림책이 가져야 할 미덕이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