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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약사 부부 둘째아이 키우기]‘황금 똥’의 진실

입력 | 2006-04-10 03:00:00


“으…. 똥싸개. 오늘 벌써 몇 번째야!”

모처럼 휴일에 푹 쉬려고 했더니 아내는 밀린 집안일을 해야 한다며 지원이를 내게 맡겼다. 지원이 바지를 벗기는데, 뒤에서 아내의 잔소리가 날아왔다.

“기저귀 잘 살펴봐!”

나는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게 똥 기저귀를 빼서는 킁킁 냄새도 맡아보고 요모조모 살펴도 보았다.

“냄새 좋음. 컨디션이 나쁜지 소화가 안 된 응어리가 약간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양호. 이상!” 아내에게 보고하는 건 당연하고, 아내가 기저귀를 갈 때도 나도 서슴지 않고 물어본다. ‘똥 어때?’ 하고. 우리는 습관처럼 지원이의 똥 싼 기저귀를 열심히 들여다본다. 똥은 몸 상태를 알려주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어떤 똥이 좋은 똥일까? 딱 꼬집어 말하기가 애매하다. 아기의 똥은 황금색만은 아니다. ‘왜 우리 아기의 똥은 황금색이 아닐까?’로 고민할 필요는 없다. 같은 분유를 먹어도 똥색은 다 다르다.

약간 푸른빛을 띠기도 하고, 노란빛도 띠고, 색깔이 바랜 듯한 누런색, 황토색도 띤다. 똥의 굳기도 흐물흐물한 똥, 가래떡처럼 형체가 있으면서 무른 똥, 된 똥 등 다 다르다. 똥의 색깔과 모양뿐 아니라 똥 누는 습관도 가지가지다. 부지런히 자주 누는 아기도 있는 반면에 일주일씩 안 누어도 전혀 불편한 기색이 없는 아기도 있다.

지원이는 한때 똥을 너무 자주 누어서 고민한 적이 있었다. 첫 한 달 동안엔 하루에 똥기저귀를 10개 가까이 버려낸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물젖’이라며 분유와 섞어 먹이라고 했다.

젖 먹는 아기 변은 상대적으로 묽어서 방귀를 뀌거나 오줌을 눌 때 똥이 설사처럼 묻어나오기도 한다. 물이 많아서 기저귀를 푹 적시기도 하고 거품이 생기기도 하지만 모두 정상이다. 변에 깻가루 같은 흰색의 멍울이 있을 때에는 흔히 ‘생똥 싼다’며 분유를 묽게 먹이기도 한다.

하얀 응어리는 모유나 분유의 유지방이 응고된 것으로 정상적으로 소화흡수가 잘된 똥에도 조금씩 있다. 놀라거나 소화가 안 돼 생긴다고 알려진 녹변도 갑자기 보는 게 아니라면 정상이다. 감기 초기이거나, 열이 있거나, 장염 초기일 때는 갑자기 물이 많은 녹변이나 끈끈한 점액질이 섞인 녹변을 볼 수 있다. 아이가 감기에 걸리거나 몸 상태가 안 좋을 때는 똥을 더 잘 관찰하는 것이 좋다.

투명한 점액질이 섞인 똥, 탈색된 흰 똥, 피똥이나 검은 똥, 설사나 변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기 똥은 정상이다. ‘100명의 아기는 100가지의 똥을 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