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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타지 말고 ‘실적’을 잡아라

입력 | 2006-04-12 03:01:00


10일까지 낙관적이었던 증시의 분위기가 11일 들어 완전히 바뀌었다.

전날만 해도 주가가 떨어진 것에 대해 ‘쉬어 가야 할 시간에 나온 적절한 조정’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11일 코스피지수의 하락 폭이 커지자 전문가들은 곧 오를 것이라고 쉽게 단언하지 못하고 있다.

하루 사이에 이처럼 분위기가 뒤바뀐 결정적인 이유는 국제 유가였다.

10일 밤 거래에서 유가가 급등하면서 증시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가라앉아 버린 것. 게다가 유가가 오르자 그동안 잠복해 있던 달러당 원화 환율 급락(원화 가치 급등) 문제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 유가와 환율이 미치는 영향

고유가와 환율 하락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유가가 갑절가량 뛰는 와중에 주가가 50% 이상 크게 올랐다.

그런데 최근에 이 문제가 새삼 증시에 부담을 주는 이유는 유가가 오른 이유가 지난해와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거의 전적으로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에 유가가 올랐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신흥 경제 강국들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석유 소비가 늘어났다. 세계 경제가 살아나면서 유가가 올랐던 것.

유가가 급등하는 게 한국 경제에 좋을 리는 없지만 그렇다고 중국 경제가 침체되는 것도 한국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유가 상승이 증시에 꼭 악재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의 유가 급등은 지난해처럼 수요가 늘면서 생긴 현상이 아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 같은 국제 정치적 문제 때문에 기름값이 치솟고 있는 것. 이는 국내 기업의 수익성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유가가 주로 여름철 허리케인이 미국을 덮칠 때 급등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아직 허리케인이 본격화할 시기가 아닌데도 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향해 줄달음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가 급등하자 환율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원-달러 환율 950원 선을 국내 기업이 견딜 수 있는 한계치로 보고 있다. 급락세가 진정되긴 했지만 여전히 950원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는 환율은 부담 요인이다. 환율 950원 선이 깨지면 고유가와 맞물려 기업 실적이 2분기(4∼6월)에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 2분기 실적이 투자심리 결정

2분기 기업 실적이 1분기(1∼3월)보다 나빠질 수도 있다는 예상은 사실 국내 증시에 치명적이다.

최근 주가가 오른 것은 ‘1분기 실적이 바닥’이라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 그러나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다면 투자 심리는 다시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달 들어 줄곧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투자가들이 이번 주 들어 이틀 연속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지수가 뚝 떨어진 점도 부담스럽다. 기관이 주춤하고 있어 외국인 외에 특별히 주식을 매수할 투자 주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시장 분위기에 의존하지 말고 개별 기업에 집중할 것을 권한다. 변수가 많은 만큼 주가 흐름을 좇는 역동적인 투자보다는 실적이 좋아질 것이 예상되는 기업에 돈을 묻어 두는 느긋한 투자가 바람직하다는 것.

우리투자증권 안정진 연구원은 “환율 유가 금리 등 변수가 많아 증시의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럴 때는 지수보다 기업에 집중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며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 인터넷 건설 항공 업종 등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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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