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족과 사랑, 집을 원하는 어린 아이를 마음을 열고 받아들였으면 해요.” 태어난 지 9개월 만에 고국에서 1만여 km나 떨어진 미국 미네소타 주로 갔던 한국 청각장애 입양인 테이야 게트먼(김자영·23·여) 씨는 최근 본보에 보낸 e메일에서 “입양으로 가족을 얻게 된 날이 생애 최고 행운의 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5월 11일 제1회 ‘입양의 날’을 앞두고 이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1983년 10월 22일 한 택시 운전사는 충남 금산군의 한 산부인과병원 앞에 놓인 예쁜 아기를 발견했다. 이 아기는 국내 입양기관에 맡겨졌다. 몸무게 1.8kg인 미숙아에다 선천성 청각장애인인 이 아이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이듬해 8월 미국 부부 교사인 티모시 게트먼 씨 가정에 입양됐다.》
▶‘그 사람이 보고 싶다’
양어머니 메리 게트먼(58) 씨는 “테이야가 청각장애인이란 걸 모르고 입양했지만 우리 가족이 수화를 배우면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테이야는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내 딸이다”고 말했다.
테이야 씨는 2002년 세계 80여개국이 참여하는 농촌 청년 모임 4-H클럽에서 최고의 리더십 상인 ‘키 어워드’를 받았으며 올해 7월 전미(全美) 청각장애인 미인대회에 미네소타 주 대표로 참가할 예정이다.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동양인 청각장애 입양인의 어린 시절은 평탄하지 않았다.
그는 6세 때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이웃들과 외모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테이야 씨가 입양된 해에 해외로 입양된 7924명, 지난해까지 해외로 입양된 15만7145명이 모두 겪는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이들은 새 보금자리를 찾는 기쁨과 행운을 누린 반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를 안게 된다.
양부모는 테이야 씨에게 “한국의 친부모는 너를 버린 게 아니라 우리에게 보낸 거야”라고 적극적으로 ‘입양’의 의미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 말이 친부모를 그리는 마음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그는 가끔 “친부모는 나를 잊지 않고 있을까”라고 자신에게 묻기도 했다. “친엄마는 한국에서 제일 예쁜 사람일 거야”라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생모의 얼굴을 그리기도 했다. ‘왜 나를 길거리에 버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수없이 화가 치밀기도 했다.
테이야 씨는 그럴 때마다 양부모에게 감사하며 더 열심히 생활했다. 청각장애인 고교에서 그는 수화로 웅변상을 받았고 장거리 스키와 사격을 하는 바이애슬론팀에 참여해 상도 받았다. 고교를 졸업하면서 6개의 상을 휩쓸었다.
그는 지난해 양어머니와 함께 처음 모국을 찾았지만 양부모가 불편해할까 봐 친부모를 적극적으로 찾지 않았다.
친부모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요. 하지만 입양은 당시 친부모가 나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거예요. 나를 훌륭한 가족의 품에서 자라게 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할 거예요.”
그의 꿈은 청각장애인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는 것이다. 또 결혼한 뒤 아기 2명을 꼭 입양하고 싶어 한다.
“피가 섞였든 그렇지 않든 제일 중요한 것은 가족이에요. 가족을 얻게 되는 입양은 축복입니다.” 테이야 씨의 말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부모를 찾으시는 분이나 자식을 찾고 싶은 부모, 입양을 하고 싶은 분들의 사연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