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4일 검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은 5개 투자회사 대표들이 정몽구(鄭夢九) 그룹 회장과 정 회장의 외아들 정의선(鄭義宣) 기아차 사장의 비자금 횡령 혐의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현행법상 기아차의 부실계열사들을 매각한 현대차그룹이 이들 계열사를 인수하는 입찰에 참여할 수 없지만 투자회사를 내세워 이들 계열사를 인수한 뒤 현대차그룹에 편입한 단서를 포착했다.
11일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朴英洙)는 큐캐피탈홀딩스 등 5개 투자회사 대표 3명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현대차그룹이 조성한 비자금 수백억 원 가운데 상당액이 정 회장이나 정 사장이 아닌 제3자 이름의 펀드 형태로 투자회사에 유입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펀드의 실소유주는 정 회장이나 정 사장일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투자회사 대표들은 “펀드 자금이 현대차그룹에서 나온 돈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비자금을 투자 등 특정 용도로 사용하면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회사들은 이 투자 자금으로 본텍, 위아, 카스코 등 옛 기아차의 부실 계열사를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헐값에 인수한 뒤 현대차그룹에 비싸게 파는 방식으로 돈을 불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정 회장 부자와 투자회사에 한국자산관리공사의 매각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투자회사 대표들을 계속 소환해 덩치를 키운 펀드자금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사용됐는지 조사 중이다.
검찰은 이번 주 비자금 규모와 용처를 파악한 뒤 이르면 다음 주 정 회장 부자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