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들이 대학 등록금에 대한 공약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등록금을 절반으로 내리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등록금 후불제를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허리가 휘는 학부모나,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버는 학생들에겐 귀가 솔깃할 소식입니다. 그러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책이라면 그야말로 서민을 두 번 울리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나라당은 등록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연간 4조원을 다른 곳에서 끌어오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문제는 그 절반을 어떻게 구하느냐는 겁니다. 세금으로 예산을 조성한다면 결국 국민 부담이 됩니다.
[3분 논평] 여 “선 무상교육” 야 “후불제”… 비싼 대학등록금 대책 ‘황당’
지금도 과중한 세금 부담으로 국민 고통이 적지 않은 터에 더 돈을 걷는다면 국민적 합의를 얻기 어렵습니다.
한나라당은 외부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해결하는 방안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국내에 기부문화가 척박한 현실에서 실현 가능성은 낮습니다. 이처럼 한나라당 정책은 의문투성이입니다.
열린우리당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대학을 다닌 다음, 졸업 후 등록금을 갚으라는 것인데 지금도 학자금 대출제도가 마련되어 있어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닙니다.
다만 차이점은 원금 만 갚고 이자는 갚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자는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고 첫 4년 동안 들어가는 국가예산만 11조원이 넘습니다.
이 역시 국민 돈으로 생색을 내겠다는 말 밖에 되지 않습니다.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대학등록금에 정부가 개입하는 게 옳은가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합니다.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하는 나라의 대학들은 대체적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집니다. 제한된 예산으로 교육을 하려다 보니 수백 명이 강의실에 몰려 수업을 듣기도 합니다.
반면에 철저히 민간 영역에 맡겨져 있는 미국 대학들은 세계 대학랭킹의 상위를 휩쓸고 있습니다. 교육의 질이 높다보니 각국 학생들이 다투어 미국으로 공부하러 갑니다.
정부가 대학등록금까지 개입하게 되면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게 많습니다. 저소득층에 대한 대책은 장학금을 늘려 해결하도록 하고 등록금 문제는 자율의 영역에 맡겨야 합니다. 선거를 앞두고 쏟아져 나오는 선심성 공약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때입니다.
지금까지 대학등록금 인하 문제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