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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거짓말쟁이’…“불쌍하지 않아” 슬픈 거짓말

입력 | 2006-04-15 03:01:00


◇거짓말쟁이/김별아 지음·이은 그림/100쪽·7500원·아이들판

거짓말은 꼭 나쁜 걸까? 남을 해하는 새빨간 거짓말은 나쁘지만 상대방을 배려하는 선의의 ‘하얀 거짓말’은 되레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 지연이가 하는 거짓말은 나쁘지도, 훈훈하지도 않다. 상처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소녀의 거짓말은 그저 슬플 뿐이다.

야외 현장학습 날 지연이가 ‘깜빡 잊고 교실에 두고 온 소풍 도시락 속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온갖 맛난 것들로 가득하고’, 학부모 공개수업에 참여하지 못한 엄마는 ‘해외 출장 중인 멋쟁이 커리어우먼’이며, 자신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영어는 잘 못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남학생 은성이가 우연히 본 부스스한 파마머리의 여자는 ‘친엄마가 아닌 계모’라는 것들이 어린 지연이의 ‘슬픈 거짓말’이다.

베스트셀러 ‘미실’의 작가이자 10세짜리 아들을 둔 엄마 작가 김별아는 자신의 첫 장편동화인 이 책을 통해 ‘거짓말’이라는 담론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풀어놓았다.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으며 점점 긴장을 높여 가는 극적인 이야기 구조 때문에 마치 한 편의 어린이 연극을 보는 듯하다.

마지막 장면. “진짜, 참말로, 내 동생이 죽었어.” 동생 수연의 장례를 치르고 학교에 나온 지연의 눈에서는 ‘거짓은 한방울도 섞이지 않은’ 눈물이 흘러내린다. 과연 믿어줄까?

새빨간 거짓말이든, 하얀 거짓말이든, 혹은 슬픈 거짓말이든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겪어야 할 가장 큰 고통은 진실을 말했을 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