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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전용 관리선조차 없다

입력 | 2006-04-17 03:03:00

어선보다 느린 행정선 독도에 접안 중인 울릉군청 행정선. 건조된 지 16년이 지나 낡은 데다 속도도 느리다. 사진 제공 울릉군


일본 해상보안청이 해양탐사선을 투입해 울릉도와 독도 부근 바다 속을 탐사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독도를 관리하는 전용 선박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독도가 개방되면서 관광객이 크게 늘고 독도 관련 업무가 늘었지만 현재의 행정선(경북 202호)은 건조된 지 16년이 지나 너무 낡았기 때문이다.

학술 조사나 취재를 위해 독도를 찾는 경우에도 경북 울릉군청이 소유한 행정선을 이용해야 한다. 27t 규모에 속도가 13노트에 그쳐 독도까지 들어가는 데 3시간 반∼4시간이 걸린다.

독도와 울릉도 주변 해역을 관리하면서 어업 질서를 유지하고 행정업무를 위해 만든 것이지만 성능이 떨어져 불법 어선 단속도 쉽지 않다. 어선의 속도가 대부분 행정선보다 빠르기 때문.

또 옆 사람과 이야기도 할 수 없을 만큼 엔진 소리가 시끄러운 데다 심하게 흔들려 뱃멀미에 시달리기 일쑤다. 울릉군은 2004년부터 해양수산부에 “독도관리선을 건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별다른 대답을 듣지 못했다.

지난해 일본의 시마네 현이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제정하자 울릉군은 경북도와 함께 해양수산부에 독도관리선 건조를 다시 건의했다.

지난달에도 해양부와 문화재청을 방문해 독도관리선의 필요성을 알렸다. 건조 비용(30억 원)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정식 예산편성이 곤란하면 정부가 관리하는 복권기금에서라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북 202호 선장 서영철(徐泳哲·49) 씨는 “엔진이 낡아 4∼9월에만 겨우 운항한다”며 “속도가 너무 떨어지고 배가 심하게 흔들려 중간에 되돌아오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서 선장은 “이런 낡은 배로는 독도에서 발생하는 긴급 상황에 도저히 대처할 수 없다”며 “울릉도에서 1시간 반 정도로 독도에 갈 수 있는 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행정선은 유사시 독도 주변의 상황을 파악하면서 해군 및 해양경찰과 작전을 공조해야 하는 임무도 부여돼 있다.

정부에서 일부라도 지원하면 울릉군은 30노트 정도의 속도를 낼 수 있는 50t급 관리선을 건조할 계획.

울릉군 이창걸(李昌杰) 독도관리담당은 “복권기금에서 20억 원 정도 지원되면 나머지는 경북도와 해양부에 지원을 요청할 방침”이라며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처해야 하는데 하루하루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울릉=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