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의 ‘일정 규모 기업 무조건 가입’ 규정이 말썽입니다. 상의는 ‘무조건’을 빼면 전경련과 같아진다고 항변합니다. 중기협은 중소기업들을 풀어주라고 아우성 입니다. ‘무조건’이 이젠 무조건 통하진 않습니다. 두 단체도 무조건 싸우지 말고 무조건 대화하십시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단체의 가입과 탈퇴는 회원들의 자유의사에 따릅니다. 하지만 가입을 의무화하는 단체도 있죠. 4만9000여 회원사를 두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가 대표적입니다.
상공회의소법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상공업을 영위하는 국내 법인은 무조건 대한상의의 회원으로 가입해야 합니다. 반기(6개월) 매출세액이 특별시 소재 기업은 7억 원 이상, 광역시 소재 기업은 3억 원 이상, 일반 시군의 경우 1억5000만 원 이상이 그 기준이죠.
단체의 원활한 재원 확보를 위해 만든 이 의무 가입 조항은 그동안 많은 중소기업의 불만을 번번이 샀습니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단체 가입을 강제하느냐는 것이었죠. 또 매년 일정액의 회비를 내야 되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것입니다.
결국 의무가입제는 올해 12월까지만 유지하기로 하고 2007년부터 자율가입제로 전환하기로 2002년 법이 바뀌었죠. 그런데 다시 이를 2010년까지 유예하자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지금 국회에서 논의 중이랍니다.
화가 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마침내 14일 성명을 발표합니다.
중기협은 “의무가입제도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규제이며 중소기업의 경영활동에 상당한 부담감을 준다”며 “기업의 단체선택권을 원천적으로 무시했기 때문에 헌법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한상의 측은 바로 맞불을 놨습니다. “강제가입 규정이 있는 만큼 대한상의는 많은 공익사업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 회원들이 빠져나가면 우리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다를 게 뭐냐”는 등의 논리였죠.
파장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 걸까요. 결국 15일 양측 회장단이 만나기로 합니다. 그리고 “괜히 경제단체끼리의 볼썽사나운 갈등으로 비친다”며 중기협은 성명을 철회하기로 했죠.
하지만 이날 의견 조율도 잘 안 됐나 봅니다. 중기협은 17일 급히 회장단 회의를 열고 또다시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대한상의와 중기협 논리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타당한지는 시각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다만 요즘 ‘세상 흐름’도 있고 해서 너도나도 대·중소기업 간 상생(相生)을 외치지만 막상 경제단체 간의 상생은 쉽지 않은 것 같네요.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