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넘나들면서 국내 TV 화면에 미국 석유 중개인들이 손짓 발짓해가며 소리쳐 주문을 내는 모습이 자주 방영된다. 이렇게 중개인들이 소리를 질러 주문을 하는 것을 ‘발성 호가(Out-Cry)’라고 부른다.
‘21세기 인터넷 시대를 맞아 주식도 편하게 컴퓨터로 주문하는 시대에 웬 구시대적 거래인가’라며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런 매매는 금융 강국 미국에서 일반적이다.
미국에서는 석유 거래뿐 아니라 주식을 매매할 때에도 발성 호가를 사용한다. 딜러들이 거래소 객장에 모여 “○○주식 몇 주, 얼마에 매수” 식으로 소리를 질러 매매를 체결하는 것.
이 때문에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는 기자들이라도 함부로 사진기 플래시를 터뜨려서는 안 된다는 전통적인 금기가 있다. 플래시 섬광으로 시세판이 잠깐이라도 보이지 않으면 중개인들이 순간적으로 잘못된 주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증권선물거래소에서는 중개인을 찾을 수 없다. 1997년까지는 증권사 중개인들이 거래소에서 주문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거래를 체결했지만 이후 완전 전산화가 이뤄져 중개인들이 거래소를 찾을 이유가 없어진 것.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 거래소에서 사람들이 꽃종이를 날리며 자축하는 모습이 자주 신문에 나온다. 하지만 이들은 중개인이 아니라 대부분 거래소 홍보부 직원들로 모두 ‘연출한’ 것이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