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완전 구술변론과 전자재판을 열어 관심을 모았던 대전지법이 19일 두 번 째로 같은 형식의 재판을 열었다.
이날 오전 10시 대전지법 제302호 법정에서는 영화관 사업자 백모 씨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광장의 한지수 변호사와 대전동부교육청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한밭의 박주봉 변호사가 학교 주변의 영화관 설립 타당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심리는 행정부 신귀섭 부장판사 맡았고 빔 프로젝트와 실물영사기, 노트북 컴퓨터 등 영상 및 전자 장비가 동원됐다. 50여 명 방청객 가운데에는 다른 재판부의 판사와 검사도 눈에 띄었다.
재판에 앞서 백 씨는 대전 동구 가오동에 영화관을 설립하겠다며 동부교육청에 허가 신청을 했으나 반려되자 지난해 말 소송을 제기했다.
현행 학교보건법은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로 200m 이내인 학교환경 상대정화구역에는 영화관 등의 유해시설을 설치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나 그 유해성 여부는 해당교육장이 판단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은 영화관의 유해성이었다.
원고 측은 “영화관이 학교 통학로와는 떨어진 곳에 위치한 데다 영화 등급제 도입으로 학생들이 유해영화를 관람할 가능성은 적다”고 주장했다.
또 “청소년들이 케이블TV나 인터넷 등 다른 매체를 통해 유해영화를 관람할 가능성이 오히려 훨씬 높은 데다 대전 동구지역은 상대적으로 문화시설이 열악해 영화관이 문화 욕구를 채우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피고 측은 “영화관이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54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상대정화에 영화관을 설치할 수 없도록 한 규정에 따라 허가를 부결했다”고 말했다.
양 측은 실물화상기에 연결된 스크린을 통해 학교와 영화관 위치도 및 사진, 타 지역 현황 등을 방청객과 재판부에 보여줬다. 재판부도 현장 검증 결과를 스크린을 통해 공개했다.
영화관 예정지 주변 주민과 학생지도 고교 교사, 청소년 상담실 관계자 등이 증인으로 나와 양 측 신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열띤 공방에 참여했다.
대전지법 서정 공보관(판사)은 “KT&G와 아이칸 간의 경영권 공방과는 달리 생활과 밀접한 일반 사건에 구술재판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확인해 볼 수 있었다”며 “충분한 공개 토론(구술변론)을 거치기 때문에 사회적 갈등이 판결로 곧바로 봉합될 수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