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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大 총학생회장 출신 최홍재씨 후배들에 ‘교수감금’ 쓴소리

입력 | 2006-04-22 03:03:00


“후배들이 청춘을 허비하며 붙들고 있는 것은 오래전에 넘어섰어야 할 1980년대의 유령일 뿐입니다.”

20일 고려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뉴라이트 단체인 ‘자유주의연대’ 최홍재(崔弘在·고려대 신문방송학과 87학번·사진) 조직위원장의 교수 감금 사태에 대한 글이 올랐다. 최 위원장이 시사웹진 ‘뉴라이트’에 쓴 글을 이 학교 학생이 퍼서 나른 것.

최 위원장은 1991년 고려대 총학생회장, 1993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조국통일위원회 정책실장을 지낸 386 운동권 출신이다.

그는 ‘고대 후배님들을 지켜보는 한 선배의 노심초사’라는 제목의 글에서 “교수님들을 가둬 놓고 식사도 드리지 않았다니 참담한 마음을 가눌 수 없다”며 “1980년대 군사독재 시절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당시 독재에 저항했던 학생들의 혁명이론이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위대한 진리인 양 암송되고 있다”며 “이런 ‘착각’에 빠지면 스승에 대한 존경도, 인간에 대한 예의도 없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세대는 군사독재에 저항하면서 모든 권위를 부정했기 때문에 화염병을 던지고 건물을 점거하는 것이 정의이며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일어난 가장 비참한 폭력은 자신만 옳다며 다른 생각은 거부하는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당시 생각을 지금도 진리라고 믿고 귀중한 학창시절을 폭력으로 탕진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너희들의 귀중한 청춘이 필요한 곳은 어두운 1980년대가 아니라 21세기의 도전’이라고 말해 주는 게 선배의 도리”라고 말했다.

그는 “선배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후배들이 조금 더 겸손하게 진리를 탐구할 때 습관적 폭력은 해결될 것”이라며 “선배의 노심초사에 잠깐만이라도 귀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최 위원장은 2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후배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이 그런 생각을 만들어 낸 우리 세대에 있다고 생각했다”며 “비난하는 후배도 많이 있을 것 같아 주저했지만 누군가는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글을 썼다”고 말했다.

고려대 학생들은 5, 6일 병설 보건대생들의 총학생회 투표권을 달라며 보직 교수 9명 등을 이 학교 본관계단에 감금했다. 고려대 측은 19일 이들 가운데 7명에게 재입학이 불가능한 출교(黜校) 처분을 내렸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