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는 무엇이 있나? 맛있는 차, 들을 수 있는 음악, 읽을 책이 있어 난 참 행복하다. 지금 내 곁에 책이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까.”
법정스님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의 날’(매년 4월23일)을 맞아 22일 서울시 강남 교보문고에서 ‘책 행복론’에 대해 강연했다.
법정스님은 “우리의 삶에는 다양한 것들이 영향을 끼치지만 책의 영향력이 가장 막중하다”며 “책은 자신을 바로 세우고 세상을 보는 눈을 뜨게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한 달에 0.8권인 한국인의 독서량 통계를 언급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식 국력이 미국의 5.9%, 일본의 14%에 불과하다”고 쓴 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법정스님의 ‘책 행복론’ 강연 동영상 보기
스님은 또 “독서는 인간다운 품위와 윤리관을 갖추게 하는데, 고위층 등 소위 배웠다는 사람들조차 독서의 소양이 없기 때문에 물질 앞에 무너지는 부정부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좋은 책’ 선택에 대해서 설명했다.
스님은 “두 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번 읽을 가치도 없다”며 “시시한 책에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는 것은 인생의 낭비”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책은 세월이 결정 한다. 상업주의 바람인 베스트셀러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님은 “읽을 때 마다 새롭게 배울 수 있고, 삶의 의미와 기쁨을 안겨주는 책이 수명이 긴 책”이라며 “이런 맥락에서 고전은 세월이 걸러낸 좋은 책”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좋은 책을 많이 봐야 하지만 동시에 책으로 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책에 읽히지 말고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이라며 “문자에 얽매지 말고 문자 밖의 세상도 이해 할 줄 알아야 된다”고 말했다.
교보문고 초청으로 이뤄진 이날 강연에는 시인 류시화 씨가 법정스님과 동행 했으며, 1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스님은 강의 후 사인을 받으려는 참석자들에게 둘러싸여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법정스님은 = 출가 50년을 기념해 최근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조화로운삶)를 출간한 바 있으며, 이 책은 현재 각 서점별 베스트셀러에 상위권을 기록 중이다.
자연주의 사상가이고 실천가인 법정스님은 청년기에 출가해 강원도 산속 오두막에서 수행하고 있으며, 30년 넘게 한 달에 한편 쓰는 글로써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