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일주일에 한 번밖에 안 눈다고?”
며칠 전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놀라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웃기도 했다. 백일쯤 된 친구의 아기는 누런 황금색 똥, 부드러워 형체가 없는 이상적인 똥을 눈다. 문제는 일주일에 한두 번만 누다 보니 진풍경이 벌어진다는 것.
똥을 눌 때마다 양이 너무 많아 이불까지 똥이 넘쳐 나곤 한다. 똥을 누는 사이 빳빳한 마분지로 숟가락을 만들어 휴지에다 똥을 퍼 날라야 될 정도다. 친구는 “이렇게 한꺼번에 몰아서 똥을 누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변비가 아니냐고 물어왔다.
나는 아기가 힘들어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다고 말해 줬다. 지원이도 이유식을 시작한 이후로는 가끔 하루나 이틀 걸러 똥을 눈다. 그럴 땐 똥이 새서 내 바지까지 버리기 십상이다.
반면 승민이는 매일 거르지 않고 똥을 누는데도 애처로울 정도로 힘들어할 때가 있다. 밀어내기 한판이 안 되는 모양인지 얼굴에 인상을 쓰고 팔다리를 부르르 떨 정도다. 그러면 나와 아내는 “힘내!”, “파이팅!”을 외치며 응원을 한다.
밀어내기가 끝나고 나면 똥 닦은 휴지엔 피가 묻어있다. 아내는 변기를 들여다보며 한마디 한다. “똥, 참 굵다.”
변비란 얼마 만에 한 번 누느냐로 말하진 않는다. 며칠에 한 번 보더라도 변이 단단하지 않고 수월하게 본다면 변비가 아니다. 아이의 변비를 따질 땐 굳기가 중요하다. 변이 단단해져서 밀어내기가 잘 안 될 때 변비라 할 수 있다.
변비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식습관의 문제다. 다섯 살 난 승민이 또래의 아이들은 탄산음료나 요구르트, 생우유, 바나나, 치즈,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으면 변비에 걸리기 쉽다.
대체로 모유 먹는 아기에게는 변비가 없다. 분유 먹는 아기는 수유량이 부족하면 변비에 걸릴 수 있다. 이때는 분유나 물을 더 많이 먹이고, 섬유질이 풍부한 고구마 등을 이용한 이유식을 먹이도록 한다. 걷는 운동이나 장운동을 원활하게 해 주는 배 마사지나 따뜻한 물에 엉덩이를 담그는 방법 등 생활치료도 변비 해결에 한몫한다.
생후 6개월 이상의 아기에게는 약국에서 파는 푸룬주스나 정장제를 먹여도 된다. 항문관장은 알려진 것처럼 변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관장에 의존하면 습관성이 될 우려가 있다. 또 아기의 항문이 손상되면 아파서 변을 참느라 변비가 더 심해질 수 있으므로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