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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겨우 안정 찾았는데…” 현대차 “전경련 소극 대응”

입력 | 2006-04-24 03:01:00

검찰 선택은…현대·기아자동차그룹 비자금 조성사건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검찰이 고심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 부자를 둘 다 구속하거나 불구속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누가 구속될지에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영대 기자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의 검찰 소환을 앞두고 현대차그룹은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또 ‘직접 당사자’가 아닌 삼성그룹과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번 수사가 몰고 올 후폭풍과 관련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 회장의 검찰 소환을 하루 앞둔 2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는 일요일인데도 중간 간부급 이상 임직원 대부분이 출근했다.

현대차의 한 임원은 “솔직히 그룹 리더십의 전부나 다름없는 정 회장이 구속될 경우 우리 회사의 글로벌 경영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며 “비상사태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서 불안해했다.

현대차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의 칼끝이 총수 일가(一家)를 겨누면서 삼성그룹도 내부적으로 초긴장 상태다. 현대차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생긴 형평성 논란이 향후 삼성 수사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경우 총수 일가의 소환조사나 전면적인 압수수색 등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됐지만 삼성 관련 수사 때는 ‘피고발인에 대한 소환 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아 삼성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검찰은 이미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 등 삼성 관련 수사 사건 4건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에 일괄 배정했으며, 향후 강도 높게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삼성을 긴장시키고 있다.

삼성 전략기획실의 한 임원은 “확실한 내부 제보가 있었던 현대차 사건과 삼성의 일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면서도 “검찰이 형평성 논란을 의식해 수사할 경우 부담스러운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차의 ‘1조 원 사회 헌납’을 둘러싼 논란이 일면서 ‘삼성 8000억 원 사회 헌납’의 의미도 퇴색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전경련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현대차와 일부 대기업은 “에버랜드 사건과 금융산업구조개선법 등 삼성의 이해가 달린 일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던 전경련이 현대차 문제에는 ‘수사를 조기에 마무리해 달라’고 정부에 원론적 요청을 한 것이 고작”이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런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조건호(趙健鎬)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최근 임원 회의에서 “삼성 관련 사건과 다른 기업 사건에 대한 전경련의 대응을 비교 분석해 보고 현대차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불법 행위를 저지른 현대차를 옹호할 경우 재계 전체 이미지까지 훼손될 수 있어 전경련은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한 채 고심하고 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