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동아일보 자료사진
그동안 ‘군축론’을 주장해온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의 대(對)일본 강경발언에 대해 누리꾼들의 집중포화가 쏟아지고 있다.
임 의원은 지난 21일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 일본의 ‘독도 도발’과 관련해 “일본이 일방적으로 나오면 군사적 충돌 등 모든 것을 각오하고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는 취지의 ‘초강경’ 발언으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평소 군사력 증강을 반대해온 임 의원이 ‘군사적 충돌’ 운운하는 것은 앞뒤 틀린 인기성 발언”이라며 “군축론은 북한만을 적으로 간주한 근시적인 사고의 결과”라고 강력 비판했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사업 중단 등 군축론 펼쳐▽
임 의원은 그동안 꾸준히 국방예산 증액을 반대해 왔다. 지난 20일에는 공군에서 추진 중인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사업의 중단을 건의했다. 2005년 11월 국정감사에서는 “해군은 1000t급 이상 전투함 숫자로는 세계 5위권”이라며 “제주도 화순항 전력기동함대 기지 건설은 논리성이 없다”며 군비 축소를 요구했다.
또한 2004년 10월 국정감사에서는 문정일 당시 해군참모총장을 불러 “이지스함 1척을 구축하기 위해서 드는 돈이면 400~500억 하는 차기고속정 25척 이상을 건조하는 게 더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독도 사태를 계기로 해군과 공군 등 주요 전력에서 일본의 전력이 한국을 크게 압도한다는 민간군사전문가들의 분석 글이 ‘자주국방네트워크’ 등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잇달아 게시되면서, 임 의원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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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들 “대양해군 반대하다 독도수호 외치나”▽
누리꾼들은 지난 22일부터 “맨손으로 나라를 지키란 말인가”, “임 의원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빼라”며 열린우리당과 정동영 의장의 홈페이지, 임 의원 홈페이지 등에서 전방위 압력을 가하고 있다.
별도로 회원가입을 해야 글을 쓸 수 있는 임 의원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24일 오후 현재 2000여건의 비난 글이 올라왔다. 임 의원을 규탄하는 포털사이트 서명운동에도 2000여명이 참여했다. 임 의원은 이날까지 3일째 포털사이트 정치인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아이디 ‘kwon11086456’는 “단순한 산술적 수치(톤수와 수량)로 세계해군력 중 5위라고 주장하며 대양해군을 반대했던 임 의원이 독도사태와 관련해선 이중적인 인기성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대양해군’은 “단순히 북한만을 견제하기 위한 해군이 얼마나 초라한지 이번 독도 사태를 보며 깨닫기 바란다”며 “일본이 독도를 걸고넘어지는 이유 중 하나가 우리의 해군력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대형 함정들이 많아야 우리의 생명줄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지스함 등 군비 확장만이 만능인가. 귀한 세금을 낭비하지 않도록 열심히 활동 중인 국회의원을 덮어놓고 비난만 해선 안된다(정예군)”는 등 임 의원을 옹호하는 글도 일부 올라왔다.
▽임 의원 측 “군사력 증강 무조건 반대 아니다”▽
이에 대해 임 의원실 김제동 보좌관은 “8000톤급 잠수함. 이지스함, 지원함도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결국 경제력을 고려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임 의원은 군사력증강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선택 가능한 전력을 건설하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2020년까지 연 9% 정도로 전력 투자비를 증액해야 한다는 국방개혁안은 경제성장률 5%를 넘는 과도한 것”이라며 “또한 공격위주 보다는 방어위주로 전력이 재편 돼야한다. 주변국들이 군사강대국인데 우리가 앞장서서 전력증강을 외치면 군비경쟁만 더 가속화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임 의원의 독도 강경 발언과 관련해서도 “독도 문제에 정부가 뭐가 자신 없어서 그러냐는 의도로 한 말”이라며 “솔직히 일본이 군사적으로 쳐들어 올 수 없는 게 사실 아니냐”고 밝혔다.
논란을 빚고 있는 ‘이지스함 1척 대신 고속정 25정을 건조’ 발언과 관련해선 “북한의 100톤짜리 함정이나 한국의 7000톤급 함정을 똑같이 한 대로 치면서 우리 해군력이 북한에 뒤진다는, 해군 측 주장을 비꼬다가 나온 말”이라며 “국감 녹취록 앞뒤 맥락을 보면 오해를 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