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자산운용 이원기 대표이사 사장의 사무실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복판 25층 높이에 있다. 창밖으로 눈을 돌리면 한강 너머 도심을 감싸 안은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 사장이 “여의도에서 최고”라고 자랑할 만한 조망이다. 그러나 KB자산운용의 운용 성적에 대한 최근 평가는 ‘여의도에서 최고’와는 거리가 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인기를 모았던 대표 펀드 ‘광개토주식’의 1분기(1∼3월) 수익률이 연초 주식시장의 조정과 함께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의도에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이 몰려 있어 ‘한국판 월스트리트’로 불린다. 이 사장은 “짤막한 오르내림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시장이 크게 악화되지 않는 한 운용팀의 판단을 믿고 펀드의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이 투자자의 신뢰에 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 유가 100달러까지는 충격흡수 가능
이 사장은 코스피지수가 700대 초반에 머물던 2004년 7월 1,000 돌파를 주장해 유명세를 탔다. 약세론이 더 많았던 때라 자연스레 ‘1,000 돌파’가 그의 별명이 됐다. 지난해 그 전망이 적중했고 KB자산운용은 메릴린치증권 리서치센터장이었던 그를 사장으로 영입했다.
올해 주식시장에 대해서도 이 사장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연초의 부진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대세 상승의 흐름이 더 강해졌다는 것. 그는 코스피지수가 완만하게 올라 올해 말에는 1,600 선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당 원화 환율과 국제 유가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환율이 떨어진다고 해서 기업의 이익 감소를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화폐의 가치가 높다는 것은 국제 경제에서 그 나라의 힘이 강하다는 뜻이니까요. 장기적으로 한 나라의 주가는 경제력을 반영합니다.”
높은 곳에 오를수록 힘이 들 듯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은 경제가 성장하면서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이 사장은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현물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지 않는 한 국제 유가도 증시를 크게 압박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의 주가는 기업의 실적을 확인하면서 올라가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졌을 때처럼 주가가 한순간에 무너질 걱정은 없어요. 한국 증시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습니다. 경제력이 우리보다 못한 나라보다 주가가 20∼30% 정도 싸니까요.”
○ 펀드 통해 경제 발전 실감하라
증시 약세론의 근거로 자주 제시되는 것은 경기가 하향세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이 사장은 2004년 이후 국내 주식시장이 경기의 흐름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제의 구조적인 업그레이드가 미치는 영향이 경기 순환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에요.”
개인이 주식시장에 참여해 한국 경제의 질적인 발전을 더 실감 나게 느껴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 기업이 사상 최대의 분기 이익을 냈다는 소식은 그 기업의 주주에게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지금은 외환위기 이후 체질 개선에 전력을 다한 기업들이 많은 이익을 쓸어 담는 시기예요. 그 수확을 개인적으로도 좋은 뉴스로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그는 기업 이익과 대중의 이익을 연결하는 고리가 자산운용사라고 자부한다. 펀드를 통해 비전문가인 개인이 직접 투자에 따른 위험 부담 없이 우량 기업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
최근 간접투자 시장에서 원자재와 해외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의 인기가 높지만 KB자산운용은 국내 기업의 주식에만 투자할 계획이다.
그는 “해외 펀드와 실물 펀드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적기 때문에 상품 계획도 없다”며 “현 시점에서 인기 있는 상품에 덩달아 투자하는 것은 개인투자자에게 그다지 권하고 싶은 방법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이원기 사장은… △1959년생 △1983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8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경영학 석사(MBA) △1987년 WI카증권(현 크레디아그리콜슈브르증권) 서울지점 애널리스트 △1988년 뱅커스트러스트증권 서울지점 부지점장 △1994년 뱅커스트러스트투신 펀드매니저 △1997년 동방페레그린투신 최고투자책임자(CIO) △1999년 리젠트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2001년 메릴린치증권 리서치헤드 △2005년 KB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