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비판과 관련해 양국이 “후회할 날이 올 것”이라고 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발언이 일본 내에서도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본 정부는 26일 또다시 독도에 대한 한국의 실효적 지배를 부인하고 불법 점거 상태임을 강변하고 나섰다.
고이즈미 총리의 발언과 관련해 제1야당인 민주당의 원로 와타나베 고조(渡部恒三·74) 국회대책위원장은 26일 도쿄(東京) 시내에서 강연을 통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지바(千葉) 7구 보궐선거에서 지고 나서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신랄히 비판했다.
이에 앞서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자민당 내 온건파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은 “총리가 매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면서 최근에야 개인 자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뒤를 이어 총리 자리를 넘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은 이에 대해 “후쿠다 전 장관은 견식이 있는 분으로 국민을 향해 이야기하는 것은 좋은 일이며 자민당 내에서 여러 가지 발언이 나오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며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또 중국을 방문 중인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전 자민당 부총재는 수행기자 간담회에서 “9월로 예정된 차기 자민당 총재선거에서는 아시아 외교가 큰 쟁점이 될 것”이라며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비판을 묵살해 온 고이즈미 총리의 노선에 이의를 제기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26일 한국의 독도 ‘실효지배’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가토리 요시노리(鹿取克章)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갖고 “독도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견해는 ‘한국의 불법 점거’”라고 밝혔다. 가토리 대변인은 25일에도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외무성 고위 관계자도 이날 “‘실효지배’는 한국에서 본 표현으로 불법점거의 정당화에 연결될 수 있다”며 “향후 일본 정부는 ‘불법 점거’라는 표현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교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