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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방국과 첫 범죄인 인도조약 승인

입력 | 2006-04-30 17:27:00


중국이 서방선진국과 처음으로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해 해외로 도피한 4000여명의 부정부패 사범을 처벌할 수 있는 길이 트였다고 30일 중국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신화(新華)통신과 신징(新京)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국이 스페인과 체결한 범죄인 인도 조약이 29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ㆍ全人大) 상무위원회를 통과해 정식으로 발효됐다.

▽조약의 의미=이번 조약은 중국이 서방선진국과 맺은 첫 번째 범죄인 인도 조약.

중국은 1993년 8월 태국을 비롯해 벨로루시, 몽골, 키르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라오스, 브라질 등 25개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했지만 한국을 빼면 체결국은 모두 저개발국이거나 개발도상국이다.

그러나 거액의 뇌물을 모아 해외로 도피한 사범은 80-90%가 서방선진국으로 도피해 있는 상태. 중국 정부는 현재 4000여 명의 뇌물수수 및 부정부패 관련 사범이 500억 달러의 자금을 갖고 해외 도피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국 지금까지의 조약 체결은 별다른 의미가 없었던 셈이다.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은 이날 "유럽연합(EU)에 대한 스페인의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고 말해 스페인과의 조약 체결이 다른 서방국가로 이어지길 기대했다.

▽서방국가 중국과 체결 꺼리는 이유=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서방선진국이 중국과 조약 체결을 꺼리는 이유는 중국이 폭력사범이 아닌 경제사범까지 극형으로 다스리고 있기 때문.

특히 헌법상 범죄인을 사형에 처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 국가는 중국과의 조약 체결을 극도로 기피하고 있다.

스페인 역시 이번에 체결된 조약에서 "상대방 국가에 인도되는 범죄인이 사형에 처해질 우려가 있을 때는 응당 인도를 거부한다"고 명시해 견제장치를 마련했다.

▽중국 내부 논란=이 때문에 중국 내부에서도 최근 사형제 폐지 문제가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

학계 일부에서는 경제사범까지 사형에 처하는 현행 제도를 바꾸자고 주장한다. 특히 서방선진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면서 '사형 면제' 조항을 두는 것은 국내에서 검거된 경제사범과 형평상 어긋난다는 것.

실제로 중국 정부는 최근 4744만 위안(약 57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가 국내에서 적발된 전직 공직자는 사형에 처한 데 반해 미국으로 도주한 국유은행 지점장은 횡령 액수가 10배인 4억8200만 위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징역 12년만을 선고했다.

미국이 범인을 인도하면서 징역 12년을 초과해 선고하지 못하도록 조건을 붙였기 때문이다.

베이징=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