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朴英洙)는 1일 정몽구(鄭夢九·구속) 현대차그룹 회장을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에서 소환해 정관계와 금융계 고위 인사에게 청탁을 하거나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했는지 조사했다.
검찰은 현대차그룹 비자금 1390억여 원의 용처를 파악해 관련자의 사법 처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채동욱(蔡東旭)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공소시효가 지난 것이 명백하면 검찰이 수사할 이유가 없다”며 “다만 2002년 대통령선거 전에 집행된 비자금이 불법 대선자금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용처를 조사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2002년 8∼12월 집행된 비자금 200억 원이 불법 정치자금 이외에 뇌물과 같은 로비자금으로 사용됐는지에 대해 조사 중이다.
정치자금법상 불법 정치자금의 공소시효는 3년이어서 2003년 5월 이전에 발생한 불법 정치자금 수수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안 된다.
그러나 비자금이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에게 청탁과 함께 전달된 로비자금이라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어 처벌이 가능하다. 특가법상 뇌물죄는 공소시효가 최장 10년이다.
한편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주은(李柱銀) 글로비스 사장은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상철·金相哲)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비자금으로 매달 1800만 원, 두 달에 한 번씩 800만 원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 회장 자택 운전사에게 줬다”고 진술했다.
“정 회장이 돈을 가져오라고 하면 돈을 회장실로 가져갔느냐”는 검찰 신문에 대해 이 사장은 “금고를 직접 관리하지 않아 어느 돈이 어느 돈인지 모르지만 하여간 갖다 준 돈은 있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15일 오후 2시.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