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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교육현장/인하대, 외국인 초청 역사 기행

입력 | 2006-05-02 07:55:00


“이 곳은 1871년 일어난 신미양요 때 가장 치열했던 격전지 중 하나입니다.”(역사기행 담당자)

“조선이 어느 나라와 싸운 겁니까.”(외국인)

“조선이 통상조약을 요구하는 미국의 극동함대와 해병대에 맞서 싸운 거예요.”(역사기행 담당자)

지난달 30일 인천 강화군 불은면 덕성리에 위치한 광성보(廣城堡·사적 제227호).

인천지역에 사는 외국인과 가족 80여 명이 역사기행 담당자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인하대 평생교육원이 인천의 문화와 유적을 알리기 위해 마련한 역사기행교실이었다.

역사기행 담당자가 “조선군 200여 명이 열악한 상황에서 미군 해병대와 싸우다 몇 명의 중상자를 제외하고 모두 산화했다”고 설명했다.

심코 이리나(23·러시아) 씨는 “조선이 일본 뿐 아니라 나라를 지키기 위해 미국과도 싸웠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 파키스탄 출신 외국인은 미국인에게 “예전이나 지금이나 미국은 전쟁을 좋아하는 것 같다”며 농담을 건넸다.

외국인들은 광성보를 지키다 순국한 어재연장군 쌍충비와 200여 명의 순국 영령을 기리기 위한 신미순의총 앞의 표지판에 있는 안내문을 읽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강화도 남단 동막해수욕장 인근 분오리돈대에 도착했다. 돈대는 외적의 침입이나 척후 활동을 관찰할 목적으로 접경 지역이나 해안 지역에 흙이나 돌로 쌓은 소규모의 방어 시설.

분오리 돈대에 오르자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강화남단 갯벌이 눈앞에 펼쳐졌다.

파키스탄 출신인 무하마드 무빈 아미르(32) 씨는 “학창시절에 갯벌은 바다의 보고라고 배웠다”며 “이런 갯벌이 아직까지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되고 있다는 점이 부럽다”고 말했다.

하점면 부근리에 있는 지석묘(고인돌)에 도착하자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역시, 한국에는 볼 것이 많아…. 원더풀 코리아!”

외국인들은 담당자의 설명을 듣기보다 기념촬영에 신경을 썼다.

중국 출신 티안 쉔(26) 씨는 “고인돌에 만든 돌의 종류는 무엇이냐”고 묻는 등 가장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인하대 평생교육원 조병준 원장은 “인천은 1883년 개항과 함께 서양의 문물을 가장 먼저 들어온 역사적인 도시라는 사실을 외국인에게 알리는데 행사의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인하대는 매 학기마다 외국인을 초청해 무료 역사기행을 마련할 계획이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