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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케이블TV 보는데 KBS 수신료 왜 받나”

입력 | 2006-05-03 03:00:00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원 2000여 명이 2004년 9월 집회를 열고 KBS 시사 프로그램 ‘한국사회를 말한다’ 방송 철회를 촉구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다수의 사람이 케이블과 위성을 통해 TV를 보는데 수신료를 따로 내야 하는 것은 이중 부담이다.”

“공영방송은 특정 정파의 이익을 위해 봉사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을 정도로 신뢰의 위기를 맞고 있다. 또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는 선정적 프로그램을 양산함으로써 공영방송의 정체성 위기를 함께 맞고 있다.”

KBS 수신료 제도의 문제점과 방송의 정치적 편향성을 비판하는 ‘공영방송 KBS 쟁취를 위한 국민 대토론회’가 3일 오후 1시 반 서울 세종문화회관 4층 콘퍼런스홀에서 뉴라이트전국연합(상임의장 김진홍) 주최로 열린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박선영 가톨릭대 법학부 교수가 수신료 제도의 문제점을, 윤영철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KBS 보도의 편향성과 선정성 문제를 진단할 예정이다.

▽수신료 제도의 문제=박 교수는 2일 미리 배포한 ‘21세기 공영방송의 의미와 역할’이라는 논문에서 수신료 제도의 위헌성을 집중 조명했다.

우선 KBS가 개인용 컴퓨터(PC)와 휴대전화에 수신료 부과를 검토 중인 것과 관련해 박 교수는 정보 수집이나 이동통신과 같은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는 PC와 휴대전화에 수신료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이며, 정보수집권을 원천적으로 침해하므로 위헌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공영방송은 누구나 접근 가능한 보편적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통해 KBS의 드라마와 예능 스포츠 프로그램을 유료로 제공하는 것은 국민의 일반적 접근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KBS의 광고를 허용하는 근거가 방송법에 없음에도 광고 수입의 비중이 지나치게 큰 것도 위헌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박 교수는 다수의 국민이 케이블이나 위성을 통해 TV를 시청하면서 수신료를 별도로 납부하는 것은 이중 부담이라고 말했다. 또 현실적으로 난시청 지역이면서도 KBS가 지정하는 난시청 지역에 포함되지 않아 수신료를 강제로 납부해야 하는 부당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2005년 4월 한나라당 박세일 전재희 의원의 누드 패러디를 내보냈다가 방송위원회로부터 ‘권고’ 조치를 받은 KBS 2TV의 ‘생방송 시사투나잇’.동아일보 자료 사진

▽편파성과 선정성의 문제=윤 교수는 발표문 ‘공영방송의 불공정성,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KBS가 편파적이고 선정적인 방송으로 공영방송의 신뢰와 정체성의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TV 저널리즘이 시청률을 의식해 선정적이거나 오락적 요소를 활용하고, 무미건조한 객관보도 관행에서 벗어나 주의 주장을 강하게 표출해 대립구도를 형성하는 ‘주창(主唱)저널리즘’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주창저널리즘의 확산으로 특정 매체의 시각에 동의하는 시청자들이 그 매체를 통해서만 공론장(公論場)을 형성한다면 공론장마저 파편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교수는 “(다양한 매체의 등장으로) 미니 공론장들이 존재하더라도 공영방송은 이들의 의견을 한곳에 모아 놓는 ‘통합적 공론장’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공영방송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규범과 신뢰를 제공함으로써 시청자의 사회자본을 증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또 방송의 상업주의적 보도 방식이 방송의 불공정성을 증폭시킨다고 보았다. 갈등적 사안에 대해 차분하고 침착하게 보도해 합리적 토론과 숙의가 이뤄지도록 하기보다는 선정적으로 다뤄 시청자의 흥분과 분노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생방송 시사투나잇’ ‘추적60분’과 같이 방송 진행자의 개성을 강조하거나 진행자의 의견 개입을 허용하는 관행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려는 상업주의 전략이며 이는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한다는 게 윤 교수의 지적이다. 윤 교수는 “KBS의 탄핵방송에 대해 불공정하다는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KBS가 이를 성찰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출연 제한을 완화한 상황이어서 방송의 공정성이 다시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