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논란에 휩싸인 서울시청 신청사의 착공식과 터 파기 공사가 5·31지방선거 이후로 연기됐다. 서울시는 이명박(李明博) 시장과 주요 국장, 실장이 긴급 정책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 강금실(康錦實) 후보는 용산, 한나라당 오세훈(吳世勳) 후보는 현 위치에 각각 서울시청 신청사를 짓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 시장은 이날 회의에서 “여야가 서울시청 신청사 건립 위치에 대한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차기 시장에게 결정권을 주는 게 옳다”고 말한 것으로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정책회의에서는 5·31지방선거 이전에 착공식을 열고 터 파기 공사에 들어가는 게 합리적이냐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신축을 전제로 후관 건물까지 부셨는데 늦출 수 없다”, “7일 하이서울축제가 끝나는 대로 방음벽을 치자”는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하지만 새 청사 건립은 차기 시장에게 맡기는 게 합리적이라는 쪽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도 “물러나는 시장이 새 청사 대지를 결정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정치권의 비판에 대해 “나중에 되돌리는 일이 있더라도 5월 중 터 파기에 들어가겠다”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던 서울시가 크게 후퇴한 셈이다.
시 관계자는 “착공식이나 터 파기 공사가 ‘신청사의 용산 이전’을 주장하는 강금실 캠프를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선회 배경을 설명했다. 차기 서울시장이 결정되면 현재 신청사 대지나 용산 중 한 곳이 결정될 것인 만큼 서둘러 착공하는 것이 실익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공무원이 ‘새 청사는 어디에 세워져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며 “선거가 끝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만한 행동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