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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월드컵!]장애인 변호사 김선국 씨

입력 | 2006-05-05 03:00:00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의 잔디밭에서 공을 차고 있는 김선국 씨. 익숙한 컨트롤을 선보였다. 서울변호사축구단의 별칭인 ‘서로(서울 로여스·Seoul Lawyers의 약자) 축구단’ 유니폼을 입고 있다. 김재명 기자


한쪽 팔이 없다. 그러나 두 발이 있다. 그라운드를 빠르게 달린다. 날렵한 드리블과 강한 슈팅. 축구는 그에게 장애로부터의 해방감을 느끼게 해 준다.

○ “18일 변호사 월드컵 16강 목표”

서울변호사축구단 회장 김선국(45) 변호사. 그는 올해 두 개의 월드컵을 기다리고 있다.

먼저 5월 18일부터 열흘간 터키에서 열리는 세계변호사월드컵축구대회에 한국팀의 미드필더로 출전한다. 50개국 1500명이 출전한다. 참가국 규모로만 보면 2006 독일 월드컵 본선보다 많다.

서울변호사 축구단의 목표는 16강이다. 한국은 올해 첫 출전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와 조직력이 대단하기 때문에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한다.

변호사 월드컵을 끝내면 2006 독일 월드컵이 기다리고 있다. 기대가 크다. 그는“2002년의 뜨거웠던 열기를 선수들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국민적 열망을 고려한다면 4강은 못 가더라도 8강은 가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1주일에 한두 차례 신림동 조기축구회에서 몸을 푼다. 축구는 그에게 취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에게 축구는 인생을 긍정적으로 보는 힘의 원천이었다.

○ 팔 없이도 할 수 있는 축구에 매력

그는 한 살 때 집에 불이 나 오른쪽 얼굴과 상반신에 화상을 입었다. 이때 팔을 잃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에 매력을 느꼈다. 그는 “야구는 두 팔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축구는 두 발만 있으면 한쪽 팔이 없어도 할 수 있다. 다른 운동은 몰라도 축구만은 남들보다 잘하고 싶었다.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떠올린 생각이었지만 내겐 이 콤플렉스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형이 일찍 돌아가신 후 기울어진 가세 속에 그는 고시공부에 몰두했다. 그의 표현대로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는 것 같은 힘든 과정에서 그는 자칫 무너지려는 몸과 마음을 축구로 달랬다.

뛰고 땀 흘리면서 시련을 이겨냈다. 그 속에서 발견한 축구의 미덕. 그것은 ‘재미’였다. 또 ‘화합’이었다. 그래서 골보다 어시스트를 더 좋아한다. 이 같은 생각은 축구장 밖으로 확대됐다. 그래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섞여 축구를 하는 행사가 있으면 참가한다. 장애인 축구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축구를 통해 세상의 화합을 꿈꾼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