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빠빠/저우궈핑 지음·문현선 옮김/352쪽·9800원·아고라
니체를 전공한 중국의 한 철학 박사가 45세의 나이에 귀여운 딸을 얻었다. 예쁜 늦둥이를 품에 안은 아빠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감에 젖었다.
‘뉴뉴’(oo·계집아이)라는 아명의 딸은 유난히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졌다. 그런데 생후 한 달 무렵부터 아이의 눈이 차츰 고양이 눈처럼 변했다. 검사 결과 양쪽 눈이 망막모세포증이란 일종의 암에 걸려 있었다. 엄마가 임신 5개월 때 의사의 무리한 권유로 X선 촬영을 한 탓이었을까.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가장 비참한 순간으로 변했다.
중국의 인기 에세이스트이기도 한 저자는 딸이 숨지기까지 1년 반 동안의 시간을 글로 담았다. 아기를 가슴에 묻어야 했던 한 아버지의 슬픔의 기록 곳곳에 안락사에 대한 고민, 환자를 인간답게 대하지 않는 의료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사유 등이 담겨 있다. 감정을 쏟아내지 않고 있었던 일을 그대로 보여 주는 저자의 담담함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