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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집값은 못 잡고 건설景氣만 위축시키니…

입력 | 2006-05-06 03:02:00


대한건설협회는 3월 건설공사 계약액이 7조3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29% 감소했다고 밝혔다. 하반기에 재건축 개발부담금제와 기반시설 부담금제가 시행되면 민간 건설경기는 더 위축될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서울 강남권 집값 상승률은 같은 달 전국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집값은 못 잡고 엉뚱하게 건설경기만 위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건설경기 위축의 최대 피해자는 서민이다. 건설업은 일용직이 많아 일자리가 줄면 당장 생계를 잇기 어려운 건설근로자들이 줄을 선다. 반도체 산업은 1조 원을 투자하면 일자리 4469개가 생기지만 건설업은 2만3602개가 생긴다. 그만큼 건설업 일자리는 경기에 민감하다는 뜻이다. 지난해 8·31대책으로 건설경기가 위축된 후 건설 취업자는 2005년 6월 기준 193만1000명에서 올해 3월 기준 180만6000명으로 줄었다.

더 큰 문제는 경기 침체가 가속된다는 점이다. 고유가와 환율 급락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고, 기업의 설비투자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3월 경상수지는 3억7000만 달러 적자로 2개월 연속 적자를 보였다. 하반기에 미국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경상수지는 더 나빠질 전망이다. 이미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2%에서 4.0%로 하향 조정한 민간연구원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경기마저 위축되면 한국 경제는 깊은 불황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그제 판교 중소형 주택 당첨자 9428명의 명단이 발표됐다. 당첨자에게 최고 3억 원의 프리미엄을 안겼지만 당초 목적인 강남 집값 안정에는 별다른 기여를 못했다. 다양한 수요에 걸맞은 공급 정책을 펴지 못한 탓이다. ‘강남 때려잡기’로 변질된 부동산 정책이 부작용만 불러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금이라도 강남권 재건축을 합리적으로 허용하는 등 공급 위주의 시장 친화적 정책을 펴야 한다. 그래야 단기적으로 건설경기도 살리고 중장기적으로 서민의 주거도 안정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