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7-8로 뒤진 삼성의 마지막 공격. 1사 주자 1, 2루에서 삼성 진갑용이 좌익수 옆으로 날아가는 빨랫줄 같은 안타를 때렸다. 2루 대주자 이정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홈으로 내달리는 사이, 현대 좌익수 송지만이 재빠르게 타구를 잡아 2루수에게 던졌고 공은 다시 포수 김동수의 미트로 빨려 들어갔다. 결과는 아웃.
동점 이후 역전까지 노리던 삼성 선동렬 감독은 허탈하다는 듯이 웃었고 현대 더그아웃엔 환호성이 흘렀다. 극적으로 위기를 넘긴 현대 마무리 신철인은 마지막 타자 김창희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승리를 지켰다.
현대가 대구에서 삼성을 8-7로 꺾고 파죽의 5연승을 달렸다. 14승 9패로 선두 삼성(13승 1무 8패)과는 승차 없이 승률에서만 1푼 뒤진 2위.
현대의 승리는 ‘유틸리티 맨’ 이택근의 손끝에서 만들어졌다. 2-0으로 앞선 4회 2점 홈런을 터뜨린 이택근은 4-4로 맞선 6회에는 3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팽팽했던 균형을 한번에 무너뜨렸다.
2003년 현대 입단 뒤 포수와 1루수, 외야수, 지명타자를 전전하며 조연급에 머물던 이택근은 생애 첫 연타석 아치를 그려 내며 시즌 홈런 3개로 팀 선배 이숭용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LG는 서울 라이벌 두산과의 잠실 빅매치에서 좌우 쌍포인 이병규와 마해영이 나란히 시즌 3호 홈런을 터뜨리며 8-5로 이겼다.
한화는 광주에서 KIA를 5-4로 꺾고 3연승을 달렸다. 고참 정민철은 2승째, 구대성은 8세이브째.
문학에서 SK는 1-1로 팽팽하게 맞선 연장 11회말 피커링의 끝내기 2점 홈런에 힘입어 롯데에 3-1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4연패 사슬을 끊었다. 대신 롯데가 4연패.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