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고, 부딪치고, 긁히고…. 아이들은 시도 때도 없이 상처를 입는다. 9개월에 접어든 지원이도 예외는 아니다. 아직도 앉기에 버거운 지원이. 한번은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하다가 앞으로 꽝 넘어졌다. 뾰족한 TV 장식대 모서리에 부딪혀 상처가 제법 났다. 또 최근 승민이는 꽃구경을 하러 갔다가 발을 헛디뎌 고꾸라지는 바람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승민이는 턱이 까져서 놀라 울어대고 아내는 ‘아이 얼굴이 이게 뭐냐’며 난리였다. 달래느라고 18kg짜리 승민이를 안은 채 인파를 헤치고 가는 내내 나들이 나온 게 후회가 됐다. 이처럼 아이들 얼굴에 상처가 생기면 혹시 흉터가 생기지 않을까 신경이 쓰이고 예민해진다.
우리는 상처가 생기면 소독하고 연고를 발라주는 방법 대신에 습윤거즈를 쓴다. 과산화수소나 빨간 약이라 불리는 포비돈 같은 소독제는 세균뿐 아니라 백혈구와 같은 면역세포와 세포 재생 성분도 죽여 버려 상처가 더디게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웬만한 세균은 상처 분비물(진물) 안의 대식세포나 백혈구가 처치한다. 또 진물에는 피부 재생에 필요한 성장인자가 듬뿍 함유돼 있다. 습윤거즈는 상처의 진물을 보호해 피부 세포가 잘 자라도록 도와준다. 또 딱지가 생기지 않아 흉터가 덜 생기는 장점이 있다.
습윤거즈 중 메디폼과 더마플라스트 하이드로액티브 등은 동네 약국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메디폼은 수입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접착력이 약한 편이지만 연약한 아기 피부엔 좋다. 거즈가 두껍고 표시가 많이 나서 얼굴보다는 몸에 생긴 상처에 적합하다. 수입품인 더마플라스트 하이드로액티브는 피부색과 비슷해 티가 잘 안 나며, 두께가 얇고 방수가 되며 접착력이 좋아 얼굴 부위에 쓰기에 좋다.
그 밖에 테가솝과 듀오덤은 상처 크기에 맞게 잘라서 쓰는 제품으로 피부과나 양호실에서 많이 쓰고 있다.
습윤거즈를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은 먼저 상처 부위를 흐르는 물이나 생리식염수로 깨끗이 씻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염된 상태에서 거즈를 덮으면 고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생긴 흉터가 걱정이라면 시카케어나 콘트락투벡스겔, 켈로코트 크림처럼 흉터 전용 시트나 연고를 쓰면 도움이 된다. 이들은 피부과 의원이나 대형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