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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월드컵!]70세 이상 회원 ‘성동조기축구회’

입력 | 2006-05-08 03:01:00

70세를 넘기고도 축구를 즐기고 있는 성동조기축구회 회원들이 그라운드를 질주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성동조기축구회


“젊은 애들과 축구하다 다쳤지.”

얼굴에 몇 군데 긁힌 상처를 입은 김길문 씨가 말한다. ‘젊은 애’들이 누구냐고 물으니 “60대 조기축구회원들이야”라고 한다. 옆에서 홍종학 김오득 이기필 씨가 거든다. “아, 골대 정문 앞에서 살짝 패스를 해 줘서 완벽한 찬스 였어. 그랬더니 젊은애들이 막으려다 뒤에서 발을 거는 거야. 넘어져서 얼굴을 긁혔지. 우하하.”

○ 작년 5월 출범 회원 30명

노인들의 웃음이 밝다. 김길문 씨는 올해 71세, 홍종학 씨는 74세, 김오득 씨는 72세, 이기필 씨는 71세다. 이들은 70세 이상만 회원으로 받는 서울 성동구 ‘성동조기축구회’ 회원들이다. 30명 회원의 나이 합산은 2100세를 넘는다. 지난해 5월 25명의 회원으로 출발했는데 그새 회원이 늘었다. 이들은 “우리가 전국 최고령 조기축구회일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최고령 축구단체일지 모른다. 기네스북 등재를 알아보겠다”며 기염을 토했다.

○ “이 나이에 100m 15초대 뛰어”

회원은 30년 이상 이 지역에서 조기축구를 해 오던 축구 마니아들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노인 조기축구회를 만들 필요성을 느꼈다. 다른 회원들과 뒤섞여 운동을 할 경우 다칠 염려가 있어서였다. 지난해에는 강원지역 65세 이상 노인들과의 원정경기에서 승리했다고.

100m를 15초대에 뛴다며 별명이 ‘제트기’라는 김오득 씨는 “이 나이에 내가 내세울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생각해 봤습니다. 노인에게는 역시 건강이 자랑이더군요”라고 말했다.

그는 “젊어서는 축구에만 매달리는 저보고 운동 중독이라며 집사람의 불만도 컸습니다. 그러나 건강하니까 무엇이든 잘되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축구광인 이들은 ‘당연히’ 2006 독일 월드컵을 손꼽아 기다린다. 박지성과 이영표의 팬들이 많았다. 운동 후 노래방에 들러 노래 한 곡씩 부르며 스트레스를 푼다는 이들에게 축구는 생활 속의 즐거움이자 건강의 밑바탕이다. 그래서 더욱 기다려지는 6월이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