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고등학교의 학력(學力) 격차가 극심하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2008학년도 ‘내신 위주 입시’의 불합리성이 다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세계 41개국에서 2003년 실시했던 수학 과목의 학업성취도 측정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국내에선 138개 고교를 대상으로 치러진 이 시험에서 어떤 학교는 응시 학생 전원이 전국 상위 40% 안에 들었지만, 상위 40% 안에 한 명도 들지 못한 학교도 있었다. 전체 학생의 95%가 2등급(상위 11%) 이내에 든 우수학교가 있는가 하면 상위 11% 이내에 든 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가 45곳이나 됐다.
추측했던 것보다 학력 격차가 훨씬 크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교육 당국이 학력 격차에 대한 자료를 일절 공개하지 않는 것도 평준화체제의 실패를 인정하기가 두렵기 때문이 아닌가. 학력이 천차만별임에도 불구하고 내신 성적은 모든 고교에서 상위 4% 안에 들면 똑같이 1등급을 받는다. 이러니 ‘불공정하고 못 믿을 내신’인 것이다.
그럼에도 주요 대학들은 2008학년도 입시에서 내신을 전형요소의 50% 이상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 당국의 강요에 굴복한 것이지만 학력 격차가 이처럼 심하다면 ‘내신 입시’는 공정한 입시의 포기나 다름없다.
해마다 60만 명의 학생이 대학 진학을 위해 밤잠 설쳐 가며 공부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관문이 바로 입시이다. 이들이 흘리는 땀과 눈물을 생각해서라도 입시의 대(大)원칙은 누가 뭐래도 ‘학력 우선’이 돼야 한다.
정부는 대학입시에 개입해선 안 된다. 대학에 학생 선발권을 돌려줘 원하는 인재를 뽑을 수 있게 하고 대학 자율로 지역균형 선발과 같은 평등적 요소를 가미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