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저의 출산율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저출산이 불러올 미래의 재앙에 대한 인식이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선진국들이 일찌감치 대책을 세워 출산율을 다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것에 비해 우리는 무관심 속에 방치하다가 출산율을 수직 추락시켰다. 2000년에 가임여성 1인당 평균 자녀 수가 위험선인 1.5를 뚫고 내려와 5년 만에 1.08로 떨어지도록 속수무책이었다. 부부가 아이 한 명만 낳는 세태가 보편화됐고, 결혼을 안 하고 독신으로 살거나 만혼(晩婚)하는 풍습도 저출산을 거들고 있다.
이에 따른 인구 감소는 나라 경제와 연금제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나아가 사회 구성과 전통까지 바꿔 놓게 된다. 노동인구의 감소와 임금 인상은 필연적으로 경제의 쇠퇴를 부른다. 젊은이들이 부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면 연금 재정이 파탄 나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인구 전체가 복지 난민(難民)으로 전락할 수 있다. 군대 갈 남자가 모자라면 군을 유지하기 위해 여성까지 징집해야 하는 사태가 생길지도 모른다.
상황이 이렇게 절박한데도 당장 내 발등에 떨어진 일이 아니어서 심각함에 둔감하다. 젊은 세대에게 아이를 가진 삶의 기쁨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탓도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참된 사랑의 부족으로 오늘날 젊은 남녀들이 결혼하지 않고, 하더라도 실패하고,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겨들을 말이다.
저출산은 인구 폭발보다 더 무섭고 복잡한 재앙인데도 정치인과 정부의 관심은 피상적이다. 고령 인구는 투표권을 갖고 있지만 태어날 어린아이는 당장 정권 교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일본에서는 인구 10만 명 이상의 지방 도시들이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로 몰락하고 있다. 한국도 이 추세로 가면 지방 소도시부터 시들어 버리기 시작할 것이다. 너무 늦기 전에 정부가 실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 둘째, 셋째 아이를 갖는 가정에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고 교육비 부담을 덜어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