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을 국빈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9일 오후 울란바토르 시내 한 음식점에서 가진 동포 간담회에서 남북관계 및 대북정책에 대해 언급했다.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북한 김정일 위원장을 잘 설득해 한국에서 기차에 자동차를 실으면 북한을 거처 울란바토르, 유럽으로 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한 교민의 건의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노 대통령의 발언 전문.
"여러가지 경제적인 협력 가능성이 있는데, 조금 전에 말한대로 그 점이 제일 어려운 것 같다. 물류 인프라가 어려우니까 광물 개발에도 그런 것이고 다른 여러 가지 문제가 그렇다.
좋은 점을 지적해 주셨다. 6월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다.
미국하고 주변 국가들과의 여러 가지 관계가 있어 정부가 선뜻 할 수 없는 일도 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길을 잘 열어주면 저도 슬그머니 할 수도 있고….
저는 북한에 대해 완전히 열어 놓고 있다. '언제 어디서 무슨 내용을 얘기해도 좋으니 만나서 얘기해 보자', '우리 국민들은 북한체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 '어떻든 함께 안정적인 토대 위에서 점진적으로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고 수십번 얘기했다.
아직까지 우리가 예를 들어 한미연합훈련을 하고 있는데 훈련 내용이 북한에서 보기에 불안한가보다. 반격이긴 한데, 반격이 원채 단호해 보기에 따라 불안하게 볼 수 있고, 어찌 보면 시비일 수도 있고, 실제로 불안할 수 있는 여러 사정이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북한도 마음을 선뜻 못 열고, 내부에도 복잡한 사정이 있지 않을까 싶다. (김정일 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만나면 북한도 융통성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싶어 저는 상당히 기대를 가지고 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많은 양보를 하려고 한다. 양보를 원칙 없이, 국민 보기에 따라 자존심 상하게, 원칙없이 양보하려는 것은 아니다. 한국전쟁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있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백지화하고, 모든 것을 북한 뜻대로 하자, 북한에 모든 것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양보할 수 없지만 본질적 정당성의 문제, 이런 문제에 대해서 그것을 양보하는 것이 아닌 다른 제도적, 물질적 지원 이런 것은 조건 없이 하려고 한다.
왜 그렇게 해야 하냐면, 서로가 감정이 있고 옛날에 싸웠던 감정이 있고 무엇보다 불신이 있다. 한국이 경제적으로도 부유하고 자연히 군사력도 세니까 혹시 북한정권이 무너지기 바라거나 그쪽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불안해 하는데, 그 불신이 있는 동안 어떤 관계도 제대로 진전이 안된다.
사람의 마음에 있어 불신을 제거하는 게 상대방과의 대화에 가장 중요한 문제다.
많은 형식의 문제가 있지만 해나갈 때 가장 중요한 게 불신, 불안감을 제거해주고 결국 '우리를 해칠 생각이 없다', '흔들 생각 없다', '같이 손잡으면 우리도 발전할 수 있겠구나' 라는 기대를 가질 때 격의 없이 대화할 수 있다.
이 판단에 있어서 북한 내부도 서로 생각이 다르지 않겠느냐. 우리도 생각해 보면 개성공단을 열었다는 것은 소위 말하는 남침로를 완전 포기한 것이다. 금강산도 매우 중요한 통로다. 서로 싸움한다면 대단히 중요한 통로인데 그런 것을 열어서 한 것을 보면, 우리도 조금 믿음을 내보일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어떻든 육로를 통해서 몽골에 도달되도록 다같이 노력해 보십시다. 성원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