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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무대뒤의 황당한 잡음…코미디연극 ‘노이즈 오프’

입력 | 2006-05-10 03:02:00

꼬이고 또 꼬이는 상황들이 웃음을 자아내는 잘 짜인 코미디 ‘노이즈 오프’. 사진 제공 동숭아트센터


“…정말 미치겠어. ‘춘향전’ 연습이 끝나면, 몽룡이 아버지는 춘향이가 못생겼다고 불평을 하는 거야, 매일! 아니, 자기가 데리고 살 거야? 월매는 무슨 비빔밥 CF 찍는다고 일주일째 연습에도 안 나와요. 향단이는 자기가 한국 무용을 전공했다고 부채춤을 넣어 달라는 거야. 향단이가 무슨 부채춤을 추냐고∼.”

연극 ‘노이즈 오프(연출 김종석)’에서 연극연출가 ‘민석환’ 역을 맡은 배우 안석환이 극중 무대감독에게 제멋대로인 배우들의 작태에 대해 하소연을 늘어놓으면 객석에서는 폭소가 터진다. 마이클 프라이언의 히트 코미디를 번안한 ‘노이즈 오프’는 연극은 어떤 과정을 거쳐 무대에 올려지는지, 실제 무대 뒤에서는 어떤 황당한 일들이 펼쳐지고 ‘라이브’ 상황에서 연극이 과연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역설적으로 ‘현장성’이 강점인 연극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하는 수작(秀作)이다.

‘노이즈 오프’는 ‘낫씽온’이라는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어느 극단의 최종 리허설(1막)과 공연 중반에 접어든 ‘낫씽온’의 무대 뒤 풍경(2막), 그리고 남녀 배우의 애정문제 때문에 엉망진창으로 망가져 가는 ‘낫씽온’ 후반 공연(3막) 등 총 3막으로 구성된다. 관객들은 ‘낫씽온’이라는 극중극을 3번이나 보는 셈이지만, 각기 다른 상황에서 펼쳐지는 만큼 전혀 지루하지 않고 매번 새롭다. 특히 2막에서는 6m 높이의 대형 세트를 180도 뒤로 돌려 진행해 백스테이지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자 조연출, 신인 여배우와 ‘그렇고 그런 관계’를 맺고 있는 대책 없는 연출가, 술을 달고 사는 골칫거리 노(老)배우, 연하의 동료 배우와 연인 관계인 중견 여배우, 오직 자기 일밖에 모르는 반라의 백치미 여배우, 무대 세트 수리부터 연출의 잔심부름까지 도맡는 무대감독 등의 캐릭터도 생생히 살아 있다. 동선이 유난히 복잡하고 정교한 타이밍이 필수인 만큼 배우 간 앙상블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석환 서이숙 서현철 등 탄탄한 캐스팅은 이름값을 해냈다.

극이 진행될수록 (즉, 극중 공연이 망가질수록) 관객의 웃음은 더 커지고, 더 잦아진다.(웃지 않는 관객은 백발백중 ‘동병상련’의 아픔으로 ‘감정이입’된 진짜 연출가이거나 공연기획자들뿐이다!)

“저걸 보고 있으면 정말 배우들을 다 죽이고 싶어진다.”(모 극장 공연기획팀 S 씨) “남의 일 같지 않아 가슴이 답답했다.”(대학로 기획자 O 씨) ….

연극이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진지하고 어렵기만 하다고? 천만에. 연극이 얼마나 웃기고 재미있을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면 지금 가서 ‘노이즈 오프’를 보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28일까지. 화∼금 8시, 토 일 3시 7시. 2만∼4만 원. 14세 이상 관람가. 02-766-3390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