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은 걱정거리지만 그래도 미래의 재앙이다. 당장은 일자리도 벌이도 없는 노인 복지와 부양이 큰 문제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빠르게 진전되는데도 장년 노년층이 직업 전선에서 설 자리가 없는 고용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국가 전체의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 그렇다면 역(逆)발상도 해 볼 만하다. 장년 노년에게 일터를 주어 부양 복지비도 줄이고, 저출산에 따른 경제 활력의 저하도 완화하는 것이다.
▷근년에 독일은 정년을 67세로 2년 늘리기로 했다. 영국도 65세 정년을 3년 연장해 68세로 하기로 했다. 핀란드는 68세까지 일하는 노인에게 ‘보너스 연금’을 준다고도 한다. 지난달 출범한 이탈리아의 새 정권도 57세 정년을 3년 늘리는 공약을 내걸어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우리도 유럽 나라들이 나이 든 인구를 활용하는 지혜를 배워야 할 것 같다.
▷미국은 민간기업의 65세 정년 틀을 앞으로 20년에 걸쳐 67세로 올릴 예정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화해 연금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 대응하는 방안이다. 일본은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고쳐 60세 정년을 62세로 올리고, 2013년까지 65세로 연장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기업들에 ‘70세까지 고용하라’고 촉구해 나가기로 했다. 나아가 결국에는 정년제를 폐지해 누구나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간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이미 60세 이상의 퇴직자를 ‘스킬드(숙련된) 파트너’로 재고용해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도요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임금은 정규직의 60∼70%이지만 왕년의 베테랑다운 노련미가 품질에 스민다. 재고용은 안 해도, 미쓰비시중공업 신닛테쓰(新日鐵) 다이와증권 요코하마고무 같은 기업은 정년을 점차 늘려 가고 있다. ‘고령의 경험과 지혜’를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그것이 저출산율로 엷어져 가는 ‘청년의 정열과 패기’를 메운다면 일석이조(一石二鳥)의 경쟁력 강화다. ‘50대 정년’이 굳어 버린 한국이 주목할 일이다.
김충식 논설위원 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