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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쌍수 LG전자 부회장 임원세미나 ‘40분 질책’

입력 | 2006-05-11 03:03:00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10일 이 회사 임원들을 향해 “최고경영자에게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는 임원이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최근 부진한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사고의 전환을 통한 블루오션의 창출’을 당부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초콜릿폰 - PDP TV 부진에도 수수방관… 어려울 때 잘하는 게 실력” 분발 촉구

처음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트윈타워 동관(東館) 강당에 LG전자 임원 100여 명이 속속 모여들었다. 임원들이 회사의 경영실적을 공유하는 ‘트윈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다과를 나누는 임원들의 표정은 비교적 밝아 보였다.

그러나 세미나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침울해졌다. 차트로 제시되는 실적이 그리 좋지 않았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비해 영업이익이 한참 처진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특히 휴대전화 실적은 전년 대비 곤두박질했다.

강단에 선 김쌍수 부회장은 “심히 안타깝고 걱정스럽다”고 운을 뗐다.

“올해 초 임원들은 실적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요즘 외롭습니다. ‘잘못됐다’는 문제만 제기할 뿐 아무도 방법을 찾으려 하지 않습니다.”

임원들을 향한 ‘쓴소리’는 이후 40분 동안 이어졌다.

○“왜 누구도 안타까워하지 않는가”

그는 ‘초콜릿폰’을 예로 들었다.

“그동안 반응이 좋았던 초콜릿폰 판매가 지난달부터 침체입니다. 하지만 어느 임원도 내게 와서 ‘안타깝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통상 휴대전화의 유행 주기가 3개월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지난해 말 내놓은 초콜릿폰은 지금까지 40만 대가 팔린 ‘효자 상품’. 그러나 요즘 하루 평균 개통 대수는 초기의 절반 이하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다음 달 출시될 ‘초콜릿폰 Ⅱ’도 단말기에 리본만 둘렀을 뿐 기존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가 많다.

“적어도 1년은 인기가 지속돼야지, 3개월 반짝 뜨는 제품을 여러분은 히트 상품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까. ‘블루오션(경쟁 없는 시장) 경영’은 어디로 갔습니까.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찾으십시오. 그것이 비즈니스의 본질입니다.”

○“우리 문제는 행동하지 않는 것”

김 부회장은 전날인 9일에는 40개국 핵심 거래처 사장단 80명을 초청해 서울의 한 호텔에서 사업 비전을 설명했다. 3월 이 회사의 마케팅 총책임자인 ‘CMO’를 자처한 뒤 연 첫 글로벌 행사였다.

그는 임원들에게 “우리는 안주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두바이를 다녀왔다는 그는 “기존 건물보다 짓고 있는 건물이 더 많은 광활한 중동 땅이 모두 우리의 시장인데 왜 해외법인들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지 않느냐”고 따졌다.

“대형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 판매가 저조한 이유를 물었더니 너무 비싸기 때문이라고 합디다. 그렇다면 현지에 맞는 가격을 준비해야죠. 해외 재고 증가가 매출 증가에 따른 것이란 안이한 설명도 후진적인 ‘아프리카식’ 사고입니다.”

원화 환율 추락에 대해서는 “모두가 어려울 때 잘하는 것이 실력”이라며 “지금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발 벗고 행동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부회장의 질타를 듣고 강당을 나서는 임원들의 표정은 돌덩이처럼 굳어 있었다. “깊이 반성하고 심기일전하자”는 최고경영자(CEO)의 눈빛이 간절하게 느껴졌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