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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기자의 무비홀릭]긴장-이완의 반복… 곁눈질? 임파서블!

입력 | 2006-05-11 03:03:00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다.”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3’(미션 3)를 보고 난 관객의 첫 반응은 대체로 이렇다. 이는 ‘미션 3’가 관객의 눈과 귀와 심리를 제대로 갖고 놀면서 완벽에 가까운 환상체험을 선물하는 할리우드 오락영화 테크닉의 정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션 3’에 숨겨진 ‘감성의 법칙’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본다.

①‘쇠사슬’식 이야기 전개=줄거리는 ‘주인공이 인질로 잡힌 연인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모험을 한다’는 단 한 줄에 불과하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 긴박한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듯한 ‘마술’에 걸린다. 이는 쇠사슬 모양의 이야기 전개 구조에 따른 효과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날 무렵 다음 이야기가 전개되기 위한 동기(모티브)가 주어진다. 이때 선행하는 에피소드의 ‘결과’가 뒤이어지는 새로운 에피소드의 ‘원인’이 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문 ‘인과율(因果律)’이 계속되는 독특한 이야기 전개가 일어나는 것.

예를 들어, ‘주인공 이단이 억류된 동료대원을 구하려다 동료를 잃고→(이 결과가 원인이 되어) 주인공은 동료를 납치했던 배후 악당을 추적해 붙잡고→(〃) 악당을 이송하는 과정에서 악당은 주인공의 본명과 정체를 알게 되고→(〃) 탈출한 악당은 주인공의 연인을 납치해 복수하려 들고→(〃) 주인공은 연인의 목숨을 담보로 악당이 내건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완수하려고 목숨을 건다’는 식.

②‘영화 속 영화’의 구조=‘미션 3’는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로 진행되는 할리우드 장르영화의 일반적 이야기 구조를 따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영화를 구성하는 작은 ‘조각’들인 개별 에피소드 역시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완결된 이야기 구조를 갖추고 있다. 독일 베를린, 이탈리아 로마, 중국 상하이에서 각각 벌어지는 작전을 담은 개별 에피소드가 한 편의 영화나 다름없는 완성된 감정 곡선을 지니고 있는 것.

예를 들어, 주인공 이단이 베를린에 억류된 부하 요원 린지를 구출하는 과정을 담은 초반부는 극 전체로는 ‘전개’에 해당하는 에피소드. 그러나 이 장면에 돋보기를 들이대면, 다시 ‘발단(작전 지역에 이단을 비롯한 4명의 팀원이 투입되는 모습)→전개(치밀한 작전을 통해 린지와 함께 건물에서 빠져나오는 이단)→위기(헬기에 올라탄 이단 일행이 뒤쫓아 오는 적 헬기의 미사일 공격을 받는 모습)→절정(헬기 속에서 불의의 사건으로 린지를 잃는 모습)→결말(슬픔 속에서 현장을 빠져 나가는 헬기)’의 순서로 전개된다.

③멀티 클라이맥스(Multi Climax)=통상 액션영화는 주인공이 악당을 물리치는 순간을 클라이맥스로 삼는다. 하지만 ‘미션 3’는 여러 개의 클라이맥스가 속출되는 ‘멀티 클라이맥스’ 전략을 구사한다. 영화 속 어떤 요소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클라이맥스를 체감하도록 만드는 전략이다.

‘미션 3’ 속 클라이맥스는 4곳. △악당 오웬이 요구하는 비밀물건(일명 ‘토끼 발’)을 빼내오기 위해 이단이 초고층빌딩 지붕 위로 위태롭게 몸을 날리는 순간(액션의 관점에서 볼 때) △오웬과 내통한 정보부 내 배후 인물이 밝혀지는 순간(미스터리를 중심으로 볼 때) △주인공 이단과 오웬이 목숨을 건 대결을 펼치는 순간(선악의 대결 국면으로 볼 때) △머리 속에 박힌 시한폭탄을 제거하려 자신에게 고압전류를 흘린 뒤 의식을 잃은 이단을 살려내기 위해 연인이 울부짖으며 심폐소생술을 벌이는 순간(러브스토리의 관점에서 볼 때)은 모두 각기 다른 관점에서 클라이맥스가 된다.

이들 클라이맥스는 5∼8분 간격으로 연속 배치됨으로써 관객이 영화적 절정을 연쇄적으로 느끼게 하는 극적 경험을 조장한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