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시라크(사진) 프랑스 대통령이 비밀 계좌를 갖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프랑스 정가가 한층 시끄러워졌다.
시사주간지 르 카나르 앙셰네는 10일자에서 “시라크 대통령이 1992년 일본 도쿄의 한 은행에 비밀 계좌를 개설해 3억 프랑(약 540억 원)을 예치해 두고 있다는 증언이 전직 고위 정보관리의 입을 통해 나왔다”고 보도했다. 시라크 대통령 측은 즉각 보도 내용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이 잡지가 언급한 ‘전직 정보관리’는 국방부 산하 정보국장을 지낸 필리프 롱도 씨로 그는 2004년에 도미니크 드빌팽 총리에게서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의 비밀 계좌 보유설을 조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사르코지 장관이 룩셈부르크의 금융기관에 뇌물을 관리하는 비밀 계좌를 갖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사실 여부를 조사했다는 것. 이 제보는 나중에 허위로 밝혀졌다.
롱도 씨는 ‘프랑스판 워터게이트’로 불리는 ‘클리어스트림 스캔들’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판사에게 시라크 대통령의 비밀 계좌설을 털어놨다고 르 카나르 앙셰네는 전했다. 이 계좌에는 최근 몇 년간 ‘문화기금’이라는 모호한 명목으로 거액이 예치됐다는 것.
롱도 씨는 “언론 보도는 나의 발언을 특정 부분만 인용했다”면서도 시라크 대통령의 비밀 계좌 보유설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사회당은 9일 ‘클리어스트림 스캔들’과 관련해 드빌팽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내기로 결정했다. 불신임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지만 불신임 시도 자체가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야권의 요구에 무게를 실어줄 전망이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