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들은 오른쪽 길 사람들은 왼쪽 길∼ 맘 놓고 길을 가자 새 나라의 어린이∼.”
TV나 라디오의 교통안전 캠페인에 자주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던 동요다. ‘냉냉 뛰뛰 빵빵 따릉따릉 따르르릉’이라는 후렴구가 재미있어 따라 불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차들은 오른쪽으로, 사람들은 왼쪽으로 다녔을까? 왜 미국과 유럽 대륙에서는 자동차나 사람이나 모두 우측통행이고, 영국과 일본에서는 차와 사람이 모두 좌측통행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두 가지 통행법이 혼재돼 있는 것일까?
1920년 5월 13일자 동아일보 3면에는 ‘조선총독부 경시청이 우측통행을 실시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경성시내 각 경찰서에서 11일부터 시가를 통행하는 사람은 반드시 오른편으로 다니게 하고자 길거리마다 순사가 지키고 서서 실행에 노력 중이라더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조선총독부의 우측통행 방침은 일본의 좌측통행 전통과는 배치되는 것이었다. 일본 사무라이들은 왼쪽 옆구리에 칼을 차고 다녔기 때문에 우측으로 걸을 경우 마주 오는 사무라이의 칼과 자신의 칼이 맞부딪치게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좌측통행을 했다는 설이 있다. 결국 총독부는 1921년 12월 1일부터 조선에서도 ‘좌측통행’을 실시했다.
광복 후 조선에 들어온 미 군정청은 자동차를 미국식으로 우측통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건설한 경부선 등의 철도는 모두 좌측통행이었고, 사람들의 보행 방식도 좌측통행으로 유지됐다. 철도와 연결해서 운행된 서울 지하철 1호선은 좌측통행인 반면, 나중에 지어진 지하철 2∼8호선은 미국식을 따라 우측통행 방식을 채택했다. 이러다 보니 국철과 지하철이 연결되는 통로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부딪치기 일쑤다. 4호선의 경우 당고개∼남태령 구간(우측통행)과 한국철도공사가 운영하는 과천선과 안산선(좌측통행)을 연결하기 위해 남태령과 선바위 사이에 터널을 한 번 꼬아 만든 ‘꽈배기 굴’을 설치해야 했다.
미국식을 받아들인 에스컬레이터나 회전문은 우측통행이다. 그러나 건물 내 복도에서는 좌측통행을 해야 한다. 또 횡단보도에서는 우측통행이 원칙이다. 좌측통행을 하면 달려오다가 속도를 줄이지 못한 자동차에 부딪힐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우리의 통행 규칙은 과연 무엇인지 헷갈린다. 보이지 않는 통행 규칙에도 복잡한 과거사가 얽혀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