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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패션]‘넥타이 메시지’

입력 | 2006-05-12 02:55:00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평화 넥타이’, 반기문 외교통일부 장관의 ‘독도 넥타이’, 황영기 우리은행장의 ‘솔개 넥타이’.(왼쪽부터)


○ 이종석 통일 “한반도에 평화를 심자” → 비둘기

○ 반기문 외교 “日의 주장 터무니없다” → 독도

○ 황영기 행장 “자기혁신 멈추지 말자” → 솔개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은 브로치로 외교 메시지를 전달해 ‘브로치 외교’라는 말을 낳았다. 그는 2001년 남북 정상회담 뒤 한국을 방한해 햇볕정책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햇살’ 모양의 브로치를 달았다.

사담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이 그를 독사라고 비난하자 CNN에 출연해 ‘뱀’ 브로치로 불쾌감을 표현했다. 패션 아이템은 메시지와 개인 이미지(PI·Personal Identity)를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데 효과적인 아이템이다.》

국내 기업인이나 정치인 중에서도 패션을 통해 전략이나 목표, 현안 등을 간접적으로 전하는 이들이 있다. 그 중 가장 많이 활용되는 아이템이 넥타이다. 넥타이는 공식 석상에서 눈에 잘 띄는 아이템이어서 메시지 표현에 안성맞춤이다.

정치인과 기업인의 넥타이를 디자인해 온 ‘누브티스’의 이경순 대표는 “이런 넥타이를 매는 리더들은 메시지와 조직의 상징을 조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 구성원과의 일체감을 유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메시지 넥타이는 구성원들에게 리더가 말로만 목표를 외치는 게 아니라 직접 움직이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 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이종석 장관 ‘평화 넥타이’, 반기문 장관 ‘독도 넥타이’

관계에서 넥타이로 메시지를 알리는 이로는 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꼽힌다. 이 장관은 지난달 남북 장관급회담을 위해 방북했을 때 출발행사 환영만찬 전체회의 등 각 행사에 맞는 의미를 담은 넥타이를 7개 가져 갔다.

이 장관은 출발행사에서는 한국 대표임을 뜻하는 태극 문양 넥타이를, 환영만찬에서는 북한 농업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기 위해 노란색 컬러에 수박이 그려진 ‘고창 수박 넥타이’를 맸다. 전체회의 땐 한반도에 평화의 씨앗을 뿌리자는 의미를 담아 남색 바탕에 비둘기와 새싹 문양이 디자인된 ‘평화 넥타이’를 착용했다. 환송만찬 땐 북한에서 길조로 여겨지는 꿩과 이별의 아쉬움을 나타내는 술잔이 그려진 ‘꿩 넥타이’를 맸다.

반 장관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왜곡 주장이 거세진 지난해부터 ‘독도 넥타이’를 자주 맨다. 이 넥타이는 하늘색 컬러에 독도 문양이 새겨져 있다. 반 장관은 지난달 30일 KBS 1TV ‘일요진단, 한일관계 어디로 가나’에도 독도 넥타이를 매고 출연했다. 외교부 장욱진 장관비서관은 “외교통상부의 수장으로 독도에 대한 관심과 책임을 표현하기 위해 독도 넥타이를 매고 있다”고 말했다.

○ 황영기 우리은행장의 솔개 무늬

기업인 중에서는 황영기 우리은행장이 넥타이 메신저로 손꼽힌다. 그는 삼성증권 사장으로 취임한 2001년 이후 넥타이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당시 침체된 증권시장의 활황을 바란다는 뜻으로 화살표가 위로 향한 디자인의 넥타이를 자주 맸다.

2004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뒤에는 은행 로고가 그려진 넥타이와 상징색인 파랑 넥타이를 임원회의와 직원간담회에서 자주 매는 것으로 일체감을 표현했다.

황 행장은 최근 지점장 등이 참가하는 회의에서 스트라이프 패턴에 솔개가 그려진 넥타이를 자주 맨다. 오랜 세월 동안 무뎌진 부리를 바위에 쪼아 없앤 뒤에야 새 부리를 얻는 솔개를 본받아 자기 혁신을 멈추지 말자는 메시지다.

윤석만 포스코 사장도 남색 바탕에 달리는 기차나 옥수수 잎새가 그려진 넥타이를 종종 맨다. 달리는 기차는 포스코의 밝은 미래를 상징하며, 옥수수 잎새는 포스코가 강조해 온 친환경 경영을 표현한 것이다. 윤 사장은 해외 바이어들을 만날 때 이 넥타이를 자주 매며 선물로도 준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