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연 4%인 콜금리(금융회사 간 초단기 자금거래 금리)를 동결했다.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0일(현지 시간) 연방기금 금리를 연 5%로 0.25%포인트 올렸다. 이로써 양국 간 정책금리 격차는 1%포인트로 벌어져 자본 유출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콜금리 동결에 따라 전날보다 13.61포인트(0.94%) 오른 1464.70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 경기에 대해 비교적 괜찮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몇몇 경제지표가 부진하지만 지난해 하반기(7∼12월) 빨랐던 경기회복 속도가 ‘숨고르기’를 하는 정도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유가와 환율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유가와 환율이 당초 5%로 예상했던 경제성장률을 낮출 것으로 보이며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콜금리는 동결됐지만 미국은 금리 인상 행진을 이어갔다.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는 2004년 6월 이후 0.25%포인트씩 16차례 올라 한국과의 정책금리 격차가 1%포인트로 벌어졌다.
한은은 지난해 양국 간 정책금리가 역전돼 자본 유출 가능성이 제기되자 “아직 시장금리는 한국이 훨씬 높고 정책금리가 1%포인트 이상 벌어지지 않는 한 걱정할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그 ‘1%포인트’가 현실이 됐다. 시장금리 역시 만기 5년 이하 채권 금리는 이미 미국이 더 높고 10년 만기 채권만 10일 현재 한국이 0.11%포인트 높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선임연구원은 “환율 변동 위험 때문에 국내자본이 해외에 투자하기는 어렵겠지만 외국자본은 한국을 빠져나갈 기회”라고 말했다.
실제로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지난달 25일 이후 11일까지 2조1876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매도 금액에서 매수 금액을 뺀 것)했다.
그러나 한국씨티은행 오석태 경제분석팀장은 “자본의 해외 유출은 환율 안정을 위해 절실하다”며 “당국도 이런 효과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